무역수지 적자에도 수출 4천억불 자축하는 정부
삼성동 무역 센터 옆에는 피아노 건반 모양의 조형물이 있는 분수가 있습니다. 2개의 피아노 모양의 조형물에는 화면이 달려 있어 여러 모습을 보여 주곤 합니다. 그런데, 오늘 그 분수 광장을 지나다 보니 한쪽 피아노 모양 조형물에 이상한 것이 달려 있었습니다.
피아노 건반 모양을 한 모던한 디자인의 조형물이 위에 씌워 진 물건 때문에 무척 고풍스러운 물건이 되고 말았습니다. 도대체 이것은 무엇이길래 이 예쁜 조형물을 망치고 있는 것일까요?
저는 가까이 다가가서 조형물에 쓰여 있는 글씨를 본 순간 경악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 조형물 위에는 자랑스럽게 큰 글씨로 다음과 같이 쓰여 있었습니다.
경 수출 4천억불 달성 축
저는 그 문구를 보자마자 가슴이 쓰라리고 속이 부글부글 끌어 올랐습니다. 무역 수지는 강만수 장관의 인위적인 환율 개입에 따른 환율 폭등과 세계 불황에 의한 수출 감소로 점차 늘어만 가는데 4천억불의 수출을 달성했다고 경축한다고 합니다. 그것도 지식경제부와 한국무역협회 명의로 말입니다. 자신들이 저지른 짓은 모르고 자화자찬하는 꼴입니다.
왼쪽과 오른쪽에 있는 문구는 더욱 낯뜨겁습니다.
무역과 함께한 건국 60년
그들에게는 건국 60주년일 뿐입니다. 친일파의 후손들인 그들은 1948년 이전의 역사를 부정하고 싶을 겁니다. 무슨 일이 있든 60년입니다. 하지만 지금 환율과 수출 둔화의 영향으로 무역 수지는 개판입니다. 개판 5분전이 아닌 개판입니다.
선진일류한국의 희망은 무역
그렇습니다. 무역. 무역은 수출만 중요한 게 아닙니다. 수입도 중요하고, 투자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정작 무역 적자가 발생하고 있는 사실은 숨기고 수출 4천억불 달성만 홍보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조형물과 그에 쓰여 있는 문구는 고풍스럽다 못 해 낯 뜨겁습니다. 전형적인 7~80년대 식의 조형물. 그리고 그 문구. 요즘 스타일의 피아노 건반 조형물과 무척 대조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고작 조형물만 설치할 정부가 아니었습니다.
코엑스를 향하다 보니 나무 사이로 붉은 색의 커다란 현수막이 보입니다. 거대한 코엑스 건물의 전면을 메우고 있는 현수막. 설마 싶어서 달려갔습니다.
만국기 앞에 자랑스럽게 걸려 있는 프랭카드. 그리고 역시 수출 4,000억불 돌파를 자축하고 있습니다. "무역은 대한민국의 희망입니다"라고 주장하면서 말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시궁창이라고, 꾸준한 무역 흑자를 자랑하던 한국은 이제 무역 적자를 걱정해야 하는 나라가 됐습니다. 환율은 폭등하여 스왑을 통해 겨우겨우 유지하고 있습니다. 실물 경제는 위축되고 디플레이션의 위험성까지 예고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내년 2~3월 경에 수 많은 기업의 부도가 경고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수출 4천억불 달성을 자축하다니. 무역 수지 적자를 만든 장본인인 지식경제부가 자화자찬하는 꼴을 보니 분통이 터져 현수막을 갈기 갈기 찢어 버리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식경제부 및 강만수 장관님. 지금은 수출 4천억불 돌파를 자축할 때가 아닙니다. 무역 수지 적자를 걱정하고, 앞으로 이 어려운 경제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 지 그것을 걱정해야 할 때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