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빛의 축제? 돈 낭비에 일본 따라하는 짝퉁일 뿐
Hi Seoul 페스티벌? 하이 서울 페스티벌? 이명박 현 대통령이 서울시장을 할 때 만든 정체 불명의 영어로 지어진 축제입니다. 여름에도 가을에도 겨울에도 봄에도. 게임 대회니 뭐니 이것저것 이상한 행사를 많이 합니다. 그 중 겨울에는 "빛의 축제 하이서울 루체비스타"라는 행사를 합니다.
올해도 빠짐 없이 이 행사는 열립니다. 더불어 새롭게 서울시장이 된 오세훈 시장은 여기에 "SOUL OF ASIA"라는 이름을 붙여 진행합니다. 하지만 이 행사는 한마디로 돈 낭비입니다. 멋지고 예쁜 행사 하는 건 좋습니다. 하지만 이 행사는 무엇을 위한 것인가요.
이에 정보공개센터에서 글을 하나 올렸습니다. 이 글에 따르면 서울시는 작년보다 예산을 3배 늘려 98억원에 달하는 돈을 이 페스티벌에 쏟아 붓는다고 합니다. 글에서도 이렇게 말합니다. 기초생활 수급자에겐 58억원 밖에 지출하지 않는데. 정작 추운 겨울 도움을 받아야 하는 이들에 대한 손길은 없고, 이런 행사에 돈 낭비한다는 이야기입니다. 한마디로 그렇습니다.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겨울 빛축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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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2일 "지금이 '빛 잔치'로 서울 시민의 혈세를 낭비할 때냐"며 강하게 비판했다.
김현 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어 "나라 경제가 전대미문의 경제 위기로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어서 시민들의 삶은 불안하기만 한데 서울시는 '빛 잔치'로 시민들의 혈세를 흥청망청 낭비하겠다는 것이냐"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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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민주당과 일부 언론이 '빛축제'의 취지를 잘못 해석하고 있다며 해명에 나섰다. 서울시 공공디자인과 박진화 주임은 "해마다 연말이면 도심의 백화점이나 호텔, 기업 등 민간 업체들이 사옥에 크리스마스 트리를 장식하거나 조명을 한다"면서 "기왕에 할거면 빛축제 기본 컨셉에 맞게 조용한 화이트 계열의 조명으로 해줄 것을 요청하고 의견을 제출해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이와 같은 야간 조명으로 외국 관광객 유치에 도움이 되지 않겠냐고 뻔뻔히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그럴까요? 왜냐면 이 루체비스타는 짝퉁입니다. 빠쿠립니다.
오늘 일찍 퇴근하며 버스를 타고 돌아오고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외대 앞에 들려 좋아하는 야키소바를 먹으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면목동에서 3명의 여성이 탔습니다. 저는 버스 맨 뒤에 타고 있었는데 그 옆으로 3명의 아가씨가 앉았습니다. 그러자마자 한국어가 아닌 다른 말로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일본어. 그렇습니다. 3명의 여성은 일본인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들이 하는 이야기는 다름 아닌 청계천에서 열리는 루체비스타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한 아가씨가 말했습니다.
"청계천 알아?"
한 아가씨가 대답했습니다.
"응, 그런데 왜?"
"무슨 이야기야?"
여기서 잠깐. 3명의 아가씨이기 때문에 구분하기 쉬우라고 세가지 색깔로 썼습니다. 아,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그들은 일본어로 유창하게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일본인이었으니까요. 아, 제가 어떻게 알아들었냐고요? 제가 좀 일본어 잘 하거든요. 흠.흠. 어쨌든.
"그런데 이번에 청계천에서 루미나리에 파쿠리(=짝퉁)을 한데지 뭐야."
"루미나리에?"
"뭔지 잘 모르겠지만, 매년 한다나봐. 웃기지 않아?"
"푸하하하, 그게 뭐야~"
혹시 아시는 분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루체비스타가 원래 루미나리에라는 이름으로 시작하려다 갑자기 이름을 바꿨습니다. 그것은 왜냐면 루미나리에는 코우베에서 한신 대지진의 희생자의 명복을 빌고 꿈과 희망을 담아 대재앙이 일어난 1995년 12월부터 시작하여 올해로 14번째 맞는 행사이고 이 컨셉을 그대로 베껴 서울시에서 따라한 행사가 루체비스타이기 때문입니다.
그저 예뻐 보이면 따라하고, 그게 외국인을 위한 관광 명소가 될꺼라니 어처구니가 없어 웃기지도 않습니다. 버스에서 아가씨 셋이 이 이야기를 할 때도 "그래 이명박이랑 오세훈이 하는 게 다 그렇지" 정도로 속으로 웃고 말았습니다. 차마 옆에서 알아듣는 사람이 있을 거라 생각하고 이야기하는 거 아닐테니 맞장구 쳐줄 수는 없잖아요. "맞아요 맞아요. 서울 사람인 나도 얼마나 쪽팔린지……" 라고 말이죠.
그런데 집에 와서 뉴스를 보니 참 안타깝습니다. 정작 가난한 이들은 추운 겨울을 어떻게 보낼지 모르는 이 상황에서 예산을 더 늘려서 진행한다니요. 그리고 내놓는 핑계가 외국인들이 관광으로 찾아올거라니요. 정말 그들이 그렇게 생각할까요? 제가 목격한 일본인의 반응처럼 "뭐야 이거 코베 루미나리에 짭이잖아"가 보통 아닐까요. 당신이 외국인 관광객이라면 코베에서 열리는 코베 루미나리에를 가겠습니까? 아니면 서울에서 열리는 루체비스타를 가겠습니까?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누구나 알 수 있는 답 아닙니까.
저도 작년 겨울에 시내에 나갔다 루체비스타를 보았습니다. 예쁘긴 예쁘더군요. 밝은 원색으로 빛나는 도시. 예쁩니다. 하지만 그저 전시 행정으로 목적도 없고 예술도 없이 돈만 낭비하는 행사가 무엇을 위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누구 말마따나 경제는 어렵고 서민. 아니 천민은 죽어 나가고 있는데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