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이야기/촛불항쟁

촛불 항쟁에서 가장 논쟁한 것은?

Namu(南無) 2008. 12. 2. 21:11

올 여름 5월부터 시작되어 3개월 간 시민을 주축으로 하였던 촛불 항쟁 때 많은 의제와 논란이 있었습니다. 그에 대해 항쟁의 목표니, 주제니 의제니 그런 것을 가지고 이야기한 경우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처음부터 목표가 확실했습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금지? 물론 중요합니다. 시민의 건강을 지키고, 또한 검역 주권을 지킨다. 아주 중요한 목표입니다. 하지만 저는 처음부터 구체제를 물러나도록 하고 시민의 힘으로 새로운 체제를 세우는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여기에서 이야기하는 구체제란 현재 정부 여당인 한나라당과 그 세력, 그리고 대통령뿐 아니라 기존 민주당 등 박정희 군사 독재 정권 이전부터 한국 정치를 차지한 체제를 이야기합니다. 그 모든 세력을 배제하고 새로운 세력이 자리를 잡도록 목표로 하는 거였습니다. 아, 혹시나 오해할까 이야기하는데 정권을 뒤엎자는 둥, 국가 전복을 꾀한다는 둥 그런 건 절대 아니라는 거 먼저 못 박아둡니다. 제가 이렇게 말해도 그렇게 생각할 사람은 그리 생각하겠지만요.

그러다 보니, 현장에서 제가 광우병 국민대책 회의 소속이던, 다른 시민들과 논쟁하고 토론했던 주제는 의제보다는 다른 것이었습니다.

저는 울분을 토하며 말했습니다.

우리에게 남겨진 수단은 없다. 어쩔 거냐?
여기서 노래 부르고 박수 치면 바뀌는 게 뭔가?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합법적이고 아름다운 집회를 갖자고.
평화롭고 역사에 남을 모임으로 만들자고.

저는 그 생각이 틀렸다 생각하지 않습니다. 또한 제 생각이 옳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다만 우리는 강박관념을 갖고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전 세대의 선배들이 폭도들이고 악한들이라는 통념에 함께 물들어, 그들이 택했던 모든 수단을 부정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현장에서 자빠져 다쳐 나간 전의경이 있었습니다. 그것도 시민의 폭행이 아닌, 지휘관의 무책임한 현장 지휘와 명령 때문에 내리막길에서 떨어져 다친 대원이었습니다. 그 대원을 시민이 보호하며 치료했습니다. 그 광경을 보며 저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지금 모인 시민 역시 80년, 87년 선배들이 행한 것의 반복에 불과하다고. 맞습니다. 그때도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선배들은 맨손으로 가만히 있지 않았습니다. 왜냐면 그들은 훨씬 절박했습니다. 그리고 훨씬 많은 걸 요구했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이 절망 속에서 모든 수단이 막혀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물론 집회의 영향은 컸습니다. 사회적 반향도 컸습니다. 누구는 뒷동산에 올라 "아침이슬"을 들으며 반성도 했습니다. 그에 따라 일부 정책도 잠정 중단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항쟁이 시작된 지 200일. 그리고 그 항쟁이 이전만큼 활발하지 않게 된 것도 이미 100여 일이 지났습니다. 그때 시민들과 함께 했던 광우병 국민대책 회의 분들은 모두 구속되었고 이제 모이기조차 힘듭니다. 이제는 일어서 나가는 사람도 적고, 그렇게 노래하고 외친다고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게다가 집회 자체를 원천 봉쇄하며 불법으로 치부합니다. 이제 어찌해야 좋을까요 방법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다시 한번 광화문 한복판에 모여 촛불을 손에 들고 노래 불러야 할까요? 아니라면 다른 방법이 있습니까?

저는 그저 갑갑할 뿐입니다. 제가 갑갑해 하는 걸 보고 친구는 그렇게 말합니다. 우리의 민주주의는 이제 시작한지 얼마 안되었다고. 4.19 혁명부터 따져도 이제 고작 50년. 앞으로 짧게 봐야 30년. 길게 보면 50년일 거라고 이야기합니다. 저도 평소 그렇게 말했습니다. 저는 그 열매를 맛보지 못 하겠지만, 제 손주에게는 그 과실을 맛 볼 수 있도록 하겠노라고.

저는 그런 소박한 마음으로 나아갈 뿐입니다. 제 발걸음에 함께 하는 이들이 많기를 바랄 뿐입니다.

※ 12월 31일 타종 행사 때 모두 모여 힘찬 함성과 함께 고난에 찬 2009년 새해를 맞이하자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저도 태어나서 타종 행사는 텔레비전으로 밖에 본 바가 없어 올해는 꼭 나가볼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