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이야기

강의석, 그는 적어도 나보다 용기 있다.

Namu(南無) 2008. 10. 1. 20:28

오늘은 2008년 10월 1일. 국군의 날로 5년만에 있는 국군의 퍼레이드가 있었습니다. 왜 태평로가 아닌 테헤란로에서 퍼레이드를 하는지 그 이유는 정확하게 모르겠습니다. 태평로가 공사중이어서라던가 여러 이야기가 있습니다만, 땅크와 뱅기와 헤리콥타~를 볼 수 있다는 마음에 들떠 회의실 창을 통해 퍼레이드 시작을 기다렸습니다. 혹시 개인 화기로 XK11로 나오지 않을까 그런 기대도 하면서.

원더걸스의 국군의 날 축하공연이 있었다하는데 그건 너무 멀어서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3시부터 시작할 줄 알았던 퍼레이드는 4시가 되어도 시작하지 않았습니다. 4시 좀 넘어서 지구본 모양의 풍선 밑이 터지면서 퍼레이드는 시작. 맨 앞에 오도바이부터 시작해서 오더군요. 그런 순간 저는 봤습니다. 나무 사이를 뚫고 튀어나오는 남자의 알몸을.

처음 이 모습을 건물에서 볼 때는 누굴까 싶었습니다. 강의석이 누드 퍼포먼스를 예고한 것을 잊었던 것입니다. 어린(?) 마음에 각종 군사 장비가 지나가는 모습에 환호성을 지르고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그는 예고한 대로 퍼포먼스를 성공했고, 경비하던 경찰 등은 그를 막지 못 했습니다. 오히려 이렇게 사진이 번듯하게 나온 것은 모든 기자가 가장 먼저 달려가 사진을 찍었고, 손에 든 총 모양 과자를 뜯어먹을 때까지 아무도 막지 못 했기 때문입니다. 퍼포먼스가 끝난 다음 경호원들이 달려와 그를 테헤란로를 가로 질러 끌어냈고 그 뒤를 경찰과 헌병. 마지막으로 기동대가 달려오더군요. 저는 그가 경호원에게 쓰러진 다음에서야 강의석이란 것을 인식했습니다. 바닥에 고꾸라진 엉덩이를 보고. 흠. 이상하다 내가 강의석과 친하진 않은데.

어제 테헤란로에서 반 누드를 한 것을 보고 비웃었습니다. 그 동안 누드 퍼포먼스를 하겠다 외쳤는데 헬보이(?) 퍼포먼스로 끝이냐 하고요. 하지만 오늘 그는 저질렀습니다.

저도 사석이나 블로그 등에서

"징병제 폐지 모병제 도입"
"전의경 교도경 등 대체근무 폐지"
"군대 인권침해 없애자"
"한국의 군사 문화에 찌든 사회를 바꾸자"

저는 이런 이야기를 떠들지만 퍼포먼스로 그 삼엄한 감시를 뚫고 할 자신은 없습니다. 용기도 없고요. 뉴스를 보니 기동대가 모포로 덮고 연행하던데 연행 영상에서도 자기 할 말 똑똑히 합니다. 그거 쉬운 일 아니거든요. 물론 그 동안 익숙(?)한 덕도 있겠습니다만.

강의석은 예고했고 선행 퍼포먼스도 했으며, 오늘 감시를 뚫고 퍼포먼스를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언론은 그의 '목소리'를 덮고 '벗었다'만 조명하며 온갖 게시판에서 "군대 가기 싫어서 뺑끼치냐 강의석!" 소리만 큽니다. 저는 강의석이 오늘 퍼포먼스를 안한다면 '겁쟁이'라고 욕하고 비웃으려 했는데, 저렇게 저지른 걸 보니 한 말은 지키는 놈이구나. 다시 한번 그에 관한 뉴스를 돌아보게 됩니다.

군대 폐지. 한국이 현재 전쟁 중이던 아니던 그런 이야기는 꿈 속에서나 떠들 이야기일지도 모릅니다. 현실적으로 한 국가가 군대의 보유 없이 존속되기는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평화를 목적으로 하며 그 하나의 상징성으로 군대 폐지를 주장하는 건 충분히 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제가 강의석이 아닌지라 그가 어디까지 생각하고 군대 폐지를 주장하는진 저도 모릅니다. 하지만 자신의 사상을 의지로써 그것도 그 가장 대칭점에 있는 국군의 날 행사에서 표현할 수 있는 용기는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강의석, 그는 적어도 저보다 용기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