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블로그, 댓글의 소통은 선택인가 필수인가
댓글 승인제는 블로거의 권리입니다.라는 글을 읽으면서 이 이야기는 끊임없이 화두에 오르는 이야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블로그란 무엇인가. 블로그를 통해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블로그가 단순한 툴이 아니라 문화라는 것을 입증하는 좋은 이야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그 동안 블로그에 대해 꾸준히 ‘열린 마음’으로 다가가야 한다고 이야기해 왔습니다. 그런 면에서 블로그 댓글 차단, 블로거 개인의 판단 사항인가?라는 의견에 어느 정도 동조하는 편입니다.
우리는 왜 블로그를 쓰는가요? 제가 블로그라는 커뮤니티 툴에 끌린 이유는 열린 공간이란 점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온라인이라는 열린 공간을 좋아합니다. 그러나, 기술, 또는 개념의 문제로 지금까지의 대부분의 커뮤니티 툴은 폐쇄적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가입한 회원끼리 또는 그 공간에 있는 이들끼리만 대화가 가능했습니다. 그것이 어떤 커뮤니티 사이트이던, 그것이 어떤 홈페이지던, 그것이 채팅이던. 어떤 경우던 간에 마찬가지였습니다. 온라인이란 것이 열린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각각의 공간은 독립되어 있으되, 그 각각의 공간끼리는 닫혀 있었습니다.
그러나 블로그는 달랐습니다. 언제든지 다른 블로그를 쉽게 볼 수 있고, 다른 블로그와 쉽게 연결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블로그는 나만의 공간이면서, 열린 공간이라는 두 가지 요소를 갖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흔히들 블로그를 1인 미디어라고 표현합니다만, 대단한 것은 아닙니다. 자신이 쓰는 글이 손쉽게 전파되고 그것을 서로 공유할 수 있는 것, 지금까지 그런 커뮤니티 툴은 제공되지 않았습니다. 한정된 공간에서 제공되는 경우는 있었지만요. 다음, 싸이월드, 그런 정해 진 공간에서만 가능했던 것입니다. 그 공간에 들어가지 않는다면 서로 공유할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블로그는 그렇지 않다는 점. 그래서 훨씬 열려 있는 미디어인 것입니다.
이렇게 생겨난 블로그를 많은 사람들은 다양하게 쓰고 있습니다. 일기장처럼 꾸준히 자신의 기록을 남기는 사람, 특정 주제를 갖고 이야기하는 사람, 사회/정치 현상에 대해 말하는 사람, 또는 자신의 배설구처럼 쓰는 사람. 모두 블로그를 자신이 원하는 대로 쓰고 있습니다. 이상한 것이 아니겠죠. 열려 있는 1인 미디어라는 점에서 서로 인정할 수 있다면 모든 것이 이루어질 수 있지 않습니까?
제가 자주 보는 케이블 TV의 다큐멘터리 채널인 디스커버리 채널에서 이런 이야기를 본 적이 있습니다.
"인간은 도구에 의해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인간의 대화의 방법은 바뀐다."
(이 말은 핸드폰을 빗대어 한 말이었습니다)
우리는 그 모습을 블로그를 통해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블로그는 두 가지 소통의 방법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나는 트랙백을 통한 블로거와 블로거끼리의 소통. 하나는 블로그의 댓글을 통한 블로거와 독자의 소통입니다. 전자의 경우 자연스럽게 열려 있고 굳이 막아 놓는 경우를 보기 힘듭니다만, 후자의 경우 로그인하지 않은 독자의 댓글을 막는다던가, 심지어 댓글 승인제를 두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가 처음부터 주장하는 열린 공간이란 개념으로는 이렇게 댓글을 제한하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 저 역시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별별 댓글을 받으며 지냅니다만, 댓글을 제한하거나 삭제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단, 스팸을 제외입니다. 블로그의 댓글, 어떻게 대처하시나요?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자유롭게 제 블로그에 댓글을 남길 수 있도록 하고 저 역시 자유롭게 댓글에 답글을 쓰기도 하고 아니기도 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포스팅을 남겨 댓글에 답을 쓰기도 합니다. SKT와 LGT의 망내 할인요금은 사기 맞다니까요? Part.1 / Part.2 같은 글이 그러한 글입니다.
심지어 저는 블로그에 달리는 악플, 피해야 할 것이라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마음대로 댓글을 쓰게 하고 축제를 벌이기를 권장합니다. "난 그 까이꺼~ 아무것도 아냐! 악플도 내 블로그의 구독자다!"인 것입니다.
하지만, 블로그란 것이 열린 공간임과 동시에 블로거의 소유물이기 때문에 댓글에 대한 제한과 승인은 블로거의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그것은 어느 정도 제한을 두고 소통을 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스스로 블로그가 갖는 장점을 버리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블로거 각자의 선택이기에 누가 강요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러나, 블로그를 쓰며 대화를 바란다면 특별한 제한 없이 누구나 댓글을 남기고 실시간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싶을 뿐입니다.
필수 항목은 아니지만 권장 사항. 그 정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