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야기/페스티벌

펜타포트 2008, 3일간의 불타는 이야기

Namu(南無) 2008. 8. 3. 14:54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2008이 7월 25일부터 27일까지 3일 동안 송도에서 펼쳐졌습니다. 2006년부터 시작하여 3회째인 펜타포트 2008입니다만, 저는 2006년에는 가지 못 하고 2007년부터 가서 즐기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친구(?) 두 명과 함께 셋이서 돌아다녔습니다만, 올해는 제 특별한 친구 한 명과 둘이서만 돌아다녔습니다. 사이좋은 둘끼리 돌아다니는 것도 좋았지만, 역시 축제에는 머리 수가 많은 게 좋아보이더군요. 작년에도 많이 온 사람들을 보고 부러워했는데, 왜 올해에 둘이서 갔을까. 이렇게 생각해보니 같이 가자고 해도 갈 사람이 없었던 겁니다. 흑. 내년에 함께 갈 사람 찾아효~

그 이전에 티켓 예매 과정에서 이야기를 하자면, 2007년에는 정신줄을 놓고 지냈는지 할인 예약 때 놓쳤습니다. 2008년엔 하루 만에 매진되었다고 하는데 2007년엔 그렇진 않았거든요. 그래서 티켓 값 모두 내고 가는 불상사(?)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출발 하루 전날 이런 공지사항을 봅니다. 장애우 할인이란 FAQ의 글로, 본인 포함 2명에 대해서 50% 할인. 즉 2명이서 1명 값으로 볼 수 있다 이겁니다. 문제는 이미 조기 예매를 했다는 거였어요.

그래도 문의했더니 기획사에서 현장에서 나머지 금액을 환불해 주겠다고 해서 다행히 처리. 게다가 132,000원을 환불 받아서 2명 예약할인 1장 값으로 입장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복불복이라고 이렇게 꽁돈(?)에 가깝게 얻은 돈은 펜타포트 내 매장에서 음식 그리고 술과 음료수와 음식으로 사라지고 맙니다.

2008년 7월 25일 - 첫째날

명동역 밀리오레 앞에서 만나 가벼운 점심을 먹으려다가 파스쿠치에서 커피만 마신 뒤, 유니클로에서 입을 옷을 몇개 샀습니다. 비를 철철 맞고 몸이 젖으면 옷을 많이 갈아입을 거라 생각되어 집에서 가져온 것보다 더 필요할 듯 하여 더 산 것이었죠. 하지만 이건 틀렸습니다. 생각보다 현장에서 비가 그렇게 많이 오진 않았기 때문이죠. 그 뒤 서울역에서 송도방면으로 향하는 버스를 타고 도착한 라마다 송도 호텔. 도착하여 방을 달라고 하면서 '바닷가 쪽으로 주세요.' 해서 올라가보니 제가 예약한 것은 Deluxe였는데, Executive를 받았습니다. 방의 크기는 같지만 올해 새로 방을 개장한 곳이랍니다. 아싸~ 왠지 공짜로 이렇게 받으면 기분이 좋죠.
Double Famous

처음 향한 무대는 서브 스테이지의 더블 페이머스. 매력적인 브래스 밴드였습니다. 그런데 2007년만 해도 많은 밴드들을 알고 있었지만 2008년엔 잘 모르는 밴드가 많았습니다. 작년엔 알고 있는 밴드도 많았고, 예습(?)도 많이 했습니다만 올해는 전혀 그런게 없었거든요. 그냥 편하게 축제를 즐기자는 마음으로 찾았던 것이었는데 그게 오히려 빙고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이렇게 한번 듣고 기분 좋은 음악을 많이 찾게 되었으니까요.
피터팬 컴플렉스


그리고 기다리던 피터팬 컴플렉스의 공연. 처음 등장하면서 와인잔을 들고 나와 목이 마를 때 와인을 마셔서 부럽게 했습니다. 정말 '물이 올랐구나' 싶을 정도로 무대가 찡 했습니다. 특히 이색적이었던 것은 화면과 무대가 듀엣을 부르는 모습이었습니다. 물론 이번 펜타포트에서 처음 하는 것이 아니라 피터팬 컴플렉스의 레파토리였습니다만, 펜타포트의 스크린은 반짝반짝 밝은 화면이라 더 보기 좋았던 거 같습니다. 함께 했던 친구는 여성 드러머라는 것을 신기해 하더군요.

피터팬 컴플렉스를 보고 메인 스테이지의 첫날 헤드라이너인 엘레가든을 보러갔습니다만, 둘의 반응은 '배고프다! 밥이나 먹으러 가자!' 으하하하. 아무리 몇몇 곡이 인기를 끌었다지만 전혀 그날의 마지막을 채울만한 느낌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천천히 걸어 유원지 쪽으로 향해서 밥을 먹을 곳을 찾았습니다. 누가봐도 펜타포트를 찾아온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가득한 가게를 피했어요. 이유는… 곱창을 파는 곳이었습니다. 하하. 그래서 해산물을 파는 곳에서 연포탕(낙지탕)을 먹었습니다. 살아있는 낙지를 처참하게 뜨거운 물에 넣어서 익혀 먹으니 맛있더군요. 밖에 비는 주룩주룩 오고 소주를 까면서 요즘 시국의 이야기도 하고 그 동안 저와 그 친구가 함께 한 시간을 돌아보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2008년 7월 26일 - 둘째날
이한철과 런런런어웨이즈


이번 펜타포트는 이한철을 보러 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다른 사진을 봐도 알겠지만 무대와의 거리가 참 가깝습니다. 흐흐. 뭐 사람이 적었던 덕(?)도 있습니다만.


그리고 공연 뒤 싸인회가 있어서 받은 싸인입니다. Microsoft의 MySpace.com 부스에서 하던데 원래 온라인으로 미리 신청한 사람만 받기로 했었던 것 같습니다만, 현장에서 신청한 사람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신청하고 마이스페이스 티셔츠 받고, 옆에 음반을 팔던 핫 트랙 부스에서 이한철의 앨범을 들고 갔습니다. 이미 갖고 있던 것이지만 뭐 어떻습니까. 그래서 세번째로 싸인 행렬에 서서 싸인을 받자, 화들짝 놀라는 이한철. '어디서 이거 났어요? 아이구' '옆에서 샀어요. 집에서 안챙겨와서~' 하하. 그렇죠 옛날 앨범 돌아보면 부끄럽죠. 특히 저 발차기. 으하하하. 이땐 참 귀여웠는데. 귀여운 대구 사투리의 귀여운 청년이었는데 이젠 이한철도 아저씨에요.
문샤이너스

경쾌한 하드락이 즐거운 무대였습니다. 다만 함께 하던 친구는 처음부터 무대가 너무 흥분해서 따라가기 좀 힘들었다고 투정대더군요. 그런 면에서 '연륜 있는 밴드와 아닌 밴드가 차이 난다'라고 하던데. 그야 뭐 결성된지 몇년된 밴드와 이제 2년째인 밴드를 비교하자면 무리가 있죠.
LONDON ELEKTRICITY

그리고 서브 스테이지에서 파티! 이 파티장으로 이동하기 전에 갑자기 눈에서 렌즈가 빠져서 당시 눈에 뵈는 게 없었습니다. 게다가 막걸리를 물 마시듯 마셔대서 꽤 취해있던 상태. 대체 곡이 뭐였는진 잘 모르겠고 몸을 마구 흔든 기억만 납니다. 도중에 함께 왔던 일행이 사라져 찾아가 보니 마시지 코너에서 마시지 받고 있더군요. 아놔~ 끝날 때까지 옆의 소파에 누워서 좀 쉬고 있었습니다.


2008년 7월 27일 - 셋째날
델리스파이스

오랜만에 보는 델리스파이스의 무대. 그리고 여러 대표곡이 흐르고…


지식채널e

요즘은 이 노래만 들으면 눈물이 납니다. 그날도 눈물 펑펑 흘렸습니다. 곡도 너무 슬픈 곡입니다만, 이렇게 다른 사연이 얽히니 더 슬픕니다.
Kasabian

Kasabian
/ Empire

10점
소니뮤직(SonyMusic)

그리고 메인 스테이지에서 가장 불탔던 카사비앙입니다. 그 동안 비와 진흙탕에 지쳐 무난하게 논 경향이 없잖아 있습니다만, 이 무대에서는 불탔습니다. 뜨거운 햇살로 몸은 달아오르고, 음악은 달아오르고. 관중도 달아오르고. 그리고 마지막 무대는 UnderWORLD;

3일간의 불타는 이야기를 만든 펜타포트는 막을 내렸습니다. 이 중 제가 뽑은 베스트를 이야기해보면,
서브 스테이지
피터팬 컴플렉스
메인 스테이지
Kasabian

이렇게 두 개 밴드를 뽑고 싶습니다. 이번 펜타포트는 2007년에 비해서 헤드라이너에서 아쉬움을 느낍니다. 첫날 엘레가든은 안타까울 정도였고, UnderWORLD;는 마지막 날보다는 첫날이 어울리지 않았나 생각이 들더군요. 차라리 마지막날 무대를 Kasabian에게 맡기고, 둘째날에는 한국 밴드 중 하나. 자우림도 좋았고 크라잉넛도 좋았고 델리스파이스도 좋았고. 그리고 첫날 언더월드였으면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입니다. 하지만 아쉬움이 다는 아니겠죠. 3일 동안 잘 놀았고 서울로 향하는 버스를 타고 신촌에서 내려 또 밤새 펜타포트 이야기와 시국(!) 이야기를 하면서 즐겼습니다. 다음날 점심 먹고 나서 헤어져 각자 집으로 향했을 정도니까요.

이렇게 2008년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은 막을 내렸습니다. 내년을 기약하며 아쉬운 마음을 달래고자 이렇게 3일 동안의 이야기. 재미있었나 모르겠네요. 원래 다녀오자 마자 썼어야 했는데, 다른데 정신이 팔려 있어서 1주일이 다 된 지금에서야 정리하게 됩니다. 내년을 기다리며. 내년에는 친구들 더 모아서 바글바글 모여서 즐겨봐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