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야기

4년만에 돌아온 탕아 언니네 이발관. 그 다섯번째 앨범

Namu(南無) 2008. 8. 14. 14:09

돌아온 탕아라고 표현했는데 맞습니다. 언니네 이발관의 리더인 이석원은 밴드 결성 전부터 엄청난 문제아였습니다. 요즘 기준으로 따지면 레전드급 키워라고 할 수도 있겠죠. 그들의 홈페이지에 실린 언니네 이발관 결성기를 보면 말도 안되는 이야기입니다. 때는 1993년. 제가 꼬꼬마 텔레토비였던 시절. 어느날 갑자기 이석원은 메탈동(go metal)에서 자신이 언니네 이발관이란 밴드의 리더라고 주장하며 뻥을 칩니다. 당시 모두 믿지 않는 분위기였는데 낚이는 사람들도 있었죠. 동호회에 처음 들어온 초짜들.


언니네 이발관 5집 - 가장 보통의 존재 - 10점
언니네 이발관 노래/Mnet Media

그런 초짜들을 중심으로 아이돌(?)이 된 이석원은 많은 반감도 샀지만 모종의 사건으로 다른 동호회 구성원들과도 친하게 됩니다. 이런 말 한마디가 계기가 되어 이석원씨와 하이텔 메탈동의 사람들은 정말로 언니네 이발관을 결성해서 밴드 활동을 시작합니다. 아이러니한 일이죠. 말 한마디 잘못 했다가 정말 그렇게 된 겁니다. 말 잘못 하면 큰일 납니다. 조심하세요. 게다가 거기에 낚여서 정말 밴드 활동하게 된 주변 사람들은 누가 책임집니까!^^ 그리고, 그는 "언니네 이발관은 고등학교 때 본 일본 뽀르노 제목이다"라고 주장하는데 제가 다른 건 믿지만 이것만큼은 아직도 믿지 않습니다. 그런 뽀르노 제목이 있을리가 없잖아요!! 하하

그러나 당시 초기 멤버는 이석원을 제외하고, 다양한 길을 떠났습니다. 위메이드 엔터테인먼트의 류기덕 개발이사. 데이트리퍼로 활동중인 류한길. 그리고 하늘로 떠난 이상문.

제가 언니네 이발관을 이후 '공식 석상'에서 본 것은 2002년 3집 쇼케이스를 할 때의 언니네 이발관이었습니다. 그때 이야기는 델리스파이스 1,2,3집 합본팩. 그리운 그 시절의 기억에서도 했었던 이야기입니다.

정신 없이 지내던 어느날 시내를 지나가 교보문고 앞에서 세번째 앨범의 쇼케이스를 하던 언니네이발관을 봅니다. 그때 '두번째 앨범 판매가 2만장을 넘은 거 같은데 그 정도면 대박 아닌가?'하는 사회자의 질문에 '10만장은 팔고 나서 그런 소리 들었으면 하는데.'하던 이석원씨의 대답이 기억납니다.

1993년에 결성된 -공식으로는 1995년으로 보나, 1993년에 처음 그 이름이 거론되었음- 언니네 이발관은 2006년을 맞이하며 심각한 위기에 빠집니다. 멤버들이 음악은 관두고 장사에 몰두하죠. 이후 기타 이능룡의 탈퇴. 그리고 음악 활동을 하지 않는 언니네 이발관. 그러던 그들이 2007년 다시 모여 앨범 발매를 연내 하겠다고 또 "뻥"을 쳐서 그게 2008년 8월 8일 다섯번째 앨범 "가장 보통의 존재"라는 앨범으로 돌아옵니다. 이석원씨도 밝히지 않는 어떤 '계기'를 통해 더 이상 자신이 특별한 존재가 아니란 것을 깨닫고 앨범 작업을 다시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계기도 중요하지만 몇년 동안 다른 일에 빠져 본업을 팽개쳤으니 이 또한 탕아의 모습이라 할 수 있겠죠.
드디어 발매된 그들의 다섯번째 앨범 "가장 보통의 존재"
쟈켓은 새가 날아가고 있는 모습이 희미하게 찍힌 사진이고 부클릿 구석구석에 새들이 날아다닙니다. 부클릿을 펼쳐보면 재미있는 기믹을 찾아볼 수 있는데, 이는 앨범을 사서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재질이 반투명의 기름종이로 구성되어있다는 걸 생각하면 쉽게 맞출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곡 구성을 보면, 조용하면서 끈적합니다. 혼자 술이나 퍼마시면서 들으면 좋은 곡들로 가득하군요. 탕아가 정신차리니 그거 참 좋구나, 그런 생각 듭니다. 저는 10개의 트랙 중 "너는 악마가 되어가고 있는가?"가 가장 마음에 들어 계속 듣고 있습니다.

참 앨범 소개라는 게 곡이 어떻고 저떻고는 들어보면 딱 답이 오는 거라 백독이불여일문이라고요. 아무리 이러쿵저러쿵 떠들어봤자, 1번 들어보면 더 느낌이 잘 오는 법인지라. 들어볼 수 있는 링크를 알려드리는 게 더 좋겠죠?
01. 가장 보통의 존재
02. 너는 악마가 되어가고 있는가?
03. 아름다운 것
04. 작은마음
05. 의외의 사실
06. 알리바이
07. 100년 동안의 진심
08. 인생은 금물
09. 나는
10. 산들산들

"가장 보통의 존재" 앨범 듣기 - 다음 음악 검색

다음 음악검색에서 1분 30초까지 청취할 수 있으니 곡에 대해서는 느낌을 아실 수 있으리라 생각하네요. 저는 그 중 2번째 트랙인 "너는 악마가 되어가고 있는가?"가 가장 좋습니다. '툭 툭 툭 툭' 치는 드럼부터 시작하는 라인이 좋더라고요. 저는 드럼이나 베이스가 살아있는 곡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이 곡이 좋나봅니다. 그리고, 언니네 이발관 홈페이지에 올라온 공지사항 앨범 '가장 보통의 존재'를 듣는법.인데요. 그 중 중요한 한마디. "순서대로, 좋은 음질로." 앨범 사서 1번 트랙부터 10번 트랙까지 순서대로 들으면 가사에 담긴 이야기가 더 즐겁습니다.

아, 그리고 언니네 이발관과 언니네 이발관 베이스를 담당하는 유정균의 세렝게티도 그랜드민트 페스티벌 2008에 출연하니 이 곡을 듣고 마음에 드신다면 가보는 것도 즐거울 거 같습니다. 그랜드민트 페스티벌은 10월 17일부터 19일까지 올림픽 공원에서 펼쳐져요. 이한철과 THE MVP(또 이름 바꿨습니까? 펜타포트 때는 런런런어웨이즈던데), 델리스파이스, 언니네이발관, 자우림, 봄여름가을겨울, 브로콜리너마저, 마이앤트매리 등으로 국내 밴드 중심의 페스티벌이에요. 펜타포트가 좀 해외 밴드에 한국 밴드가 들러리란 느낌이 들었거든요. 어린 꼬꼬마 시절이 생각나면서도 음악이 즐거워서 요즘 언니네이발관과 델리스파이스를 즐겨 듣는데, 두 밴드가 출연하는 GMF 2008도 가봐야겠네요. 아, 그리고 이번 앨범 10만장 돌파해서 대박 앨범이라고 뻐기고 다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