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야기

20년전 한 초딩을 발광시킨 신해철, 그리고 20주년

Namu(南無) 2008. 8. 25. 14:27

1988년 그 해는 한국에서 처음 올림픽이 열렸고, 제가 초등학생 마지막 한 해를 보내던 시기였습니다. 그리고 1988년 MBC 대학가요제가 열린 해였습니다. 정확한 날짜가 언제였는지 잘 기억나진 않습니다만, 제가 친척집에서 TV를 보고 있던 것을 보면 명절 즈음이었을 겁니다. 연말 연시였을지도 모르죠. 아마 후자가 맞는 거 같습니다만.

지금이야 저는 아저씨 쪼렙입니다만, 그 당시 초딩 -정확히는 국딩- 이었던 저는 언제나 시끄럽게 구는 말썽꾸러기였을 겁니다. 그런 제가 친척집이라고 그리 조용히 있진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대학가요제는 조용히 앉아서 보았을 겁니다. 안그러면 채널 딴 데로 틀어버리거든요. 어르신들이 가득한 친척집에서 누가 대학가요제를 보는 것을 좋아하겠습니까? 다만 꼬꼬마 꼬맹이가 조용히 보니까 별 말 않았을 겁니다.

즐겁게 무대 공연을 보고 수상자가 발표되는데, 금상이 발표될 때 제가 응원하던 팀이 나오지 않자 실망했습니다. 그런 음악을 하는 팀이 대상을 탈리가 없다고 포기하던 저는 대상 발표를 보고 놀랐습니다. 너무 놀란 나머지 "꺄아아아악!" 하고 소리 질러 식구들을 모두 놀라게 하고 말았습니다.

그렇습니다. 바로 대상을 수상한 팀은 서강대학교 출신의 멤버로 구성된 "무한궤도"였습니다. 그리고 그 리더인 신해철. 그로부터 20년이 지나 저는 쪼렙(?) 아저씨가 되었고 신해철은 마흔을 넘은 중렙(?) 아저씨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데뷔 2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신해철 - 20주년 기념 Remembrance (4CD) - 8점
신해철 노래/로엔
  CD 1 - Black Album [Hard Rock]
  CD 2 - Red Album [Pop Rock]
  CD 3 - Blue Album [Ballad]
  CD 4 - Purple Album [Synth Pop & Electronica]

4장의 CD로 그 동안의 곡을 4가지 분류로 나누어 50곡을 담았는데, 그 동안 그의 앨범을 모두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는 매력적이지 않을 겁니다. 그 동안 수 많은 베스트 앨범을 보아도 겹치는 내용이 많고요. 하지만 미발표곡 딱 한 곡. "Playboy의 최후 [Previously Unreleased]". 물론 이 한 곡에 낚인 건 아니고 20년 동안 꾸준히 음악 활동을 한 마왕이라 불리는 사내, 신해철에 대한 존경의 마음이 더 클 겁니다.

그런데 여기에 수록된 50곡은 곡 순서가 발매 순서 등과는 무관하게 배치되어 있는데, 이 음반을 '발매순'으로 들어보면 참 낯 간지럽습니다. 보통 이와 같은 기념 음반은 '발매순'으로 곡을 담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장르별로 구분한 건 그런 이유도 있지 않을까 멋대로 생각해봅니다. 그런데 요즘 시국이 시국이다보니 다른 곡보다 아! 개한민국과 Dear America를 들어보니 기분이 그저 그렇네요. 이런 곡을 들으며 "옛날에는 그랬었지"하고 웃으며 넘길 수 있는 때가 올까요?

그리고, 이번에도 써먹었습니다만, 무한궤도와 신해철 이야기를 할 때마다 "초딩이었던 내가…"는 제가 자주 쓰는 레파토리입니다만, 이젠 그 이야기 앞에 "20년 전"이라는 수식어를 붙여도 되는 시기가 됐습니다. 그때 제가 바라보던 신해철은 '대학생 아저씨'였는데 이젠 같이 늙어가는 아저씨가 됐습니다. 물론 저는 30대와 그는 40대. 앞자리수가 다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