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전 한 초딩을 발광시킨 신해철, 그리고 20주년
1988년 그 해는 한국에서 처음 올림픽이 열렸고, 제가 초등학생 마지막 한 해를 보내던 시기였습니다. 그리고 1988년 MBC 대학가요제가 열린 해였습니다. 정확한 날짜가 언제였는지 잘 기억나진 않습니다만, 제가 친척집에서 TV를 보고 있던 것을 보면 명절 즈음이었을 겁니다. 연말 연시였을지도 모르죠. 아마 후자가 맞는 거 같습니다만.
지금이야 저는 아저씨 쪼렙입니다만, 그 당시 초딩 -정확히는 국딩- 이었던 저는 언제나 시끄럽게 구는 말썽꾸러기였을 겁니다. 그런 제가 친척집이라고 그리 조용히 있진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대학가요제는 조용히 앉아서 보았을 겁니다. 안그러면 채널 딴 데로 틀어버리거든요. 어르신들이 가득한 친척집에서 누가 대학가요제를 보는 것을 좋아하겠습니까? 다만 꼬꼬마 꼬맹이가 조용히 보니까 별 말 않았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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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게 무대 공연을 보고 수상자가 발표되는데, 금상이 발표될 때 제가 응원하던 팀이 나오지 않자 실망했습니다. 그런 음악을 하는 팀이 대상을 탈리가 없다고 포기하던 저는 대상 발표를 보고 놀랐습니다. 너무 놀란 나머지 "꺄아아아악!" 하고 소리 질러 식구들을 모두 놀라게 하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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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다. 바로 대상을 수상한 팀은 서강대학교 출신의 멤버로 구성된 "무한궤도"였습니다. 그리고 그 리더인 신해철. 그로부터 20년이 지나 저는 쪼렙(?) 아저씨가 되었고 신해철은 마흔을 넘은 중렙(?) 아저씨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데뷔 2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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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철 - 20주년 기념 Remembrance (4CD) - ![]() 신해철 노래/로엔 CD 1 - Black Album [Hard Rock] CD 2 - Red Album [Pop Rock] CD 3 - Blue Album [Ballad] CD 4 - Purple Album [Synth Pop & Electronica] |
4장의 CD로 그 동안의 곡을 4가지 분류로 나누어 50곡을 담았는데, 그 동안 그의 앨범을 모두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는 매력적이지 않을 겁니다. 그 동안 수 많은 베스트 앨범을 보아도 겹치는 내용이 많고요. 하지만 미발표곡 딱 한 곡. "Playboy의 최후 [Previously Unreleased]". 물론 이 한 곡에 낚인 건 아니고 20년 동안 꾸준히 음악 활동을 한 마왕이라 불리는 사내, 신해철에 대한 존경의 마음이 더 클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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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여기에 수록된 50곡은 곡 순서가 발매 순서 등과는 무관하게 배치되어 있는데, 이 음반을 '발매순'으로 들어보면 참 낯 간지럽습니다. 보통 이와 같은 기념 음반은 '발매순'으로 곡을 담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장르별로 구분한 건 그런 이유도 있지 않을까 멋대로 생각해봅니다. 그런데 요즘 시국이 시국이다보니 다른 곡보다 아! 개한민국과 Dear America를 들어보니 기분이 그저 그렇네요. 이런 곡을 들으며 "옛날에는 그랬었지"하고 웃으며 넘길 수 있는 때가 올까요?
그리고, 이번에도 써먹었습니다만, 무한궤도와 신해철 이야기를 할 때마다 "초딩이었던 내가…"는 제가 자주 쓰는 레파토리입니다만, 이젠 그 이야기 앞에 "20년 전"이라는 수식어를 붙여도 되는 시기가 됐습니다. 그때 제가 바라보던 신해철은 '대학생 아저씨'였는데 이젠 같이 늙어가는 아저씨가 됐습니다. 물론 저는 30대와 그는 40대. 앞자리수가 다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