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이야기/촛불항쟁

이제부터가 시작입니다.

Namu(南無) 2008. 6. 1. 07:16
어제 저녁부터 시내를 휘저었습니다. 앞에 시민들이 모인 곳 뿐 아니라 뒤로 돌아서 2선에서 기동대가 막고 있는 곳까지 돌며 이들은 어디서 온 것일까 확인하기 위해서 여기저기 돌아다녔습니다. 지금까지 시민들보다는 경찰들이 훨씬 많은 정보를 쥐고 있었습니다. 수 많은 형사들은 시민들의 움직임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맞추어 우리들을 억압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서울의 중심부에 모인 시민들은 지금까지와 다릅니다.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그것을 핸드폰으로 시내에 모인 시민들에게 이야기합니다. 경찰들의 정보력은 이전에도 좋았지만, 지금의 경우에는 그 정보력이 쓸모가 없습니다. 시민들은 주도 세력이 없기 때문에 어디로 갈지 알 수 없습니다. 우리도 무얼할지 모르는데 경찰이 우리가 뭘 할지 어떻게 알겠습니까? 관심법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닌데요.

느즈막한 저녁에 일어나 버스를 타고 시내로 뛰어나갔습니다. 하지만 안국역도 가기 전에 도로가 통제되어 있어 더 이상 나갈 수 없었습니다. 버스에서 내려 걸어가야 했죠.
이미 많은 시민들은 시내에 모여있었습니다. 삼삼오오 옹기종기 모인 듯 하지만 시민은 무척 많았습니다.
하지만 안국역에서 삼청동 입구로 가는 길은 기동대 버스로 꽉 막혀있었습니다. 시민들은 그 앞에 서있었고요.
시민들은 버스를 흔들며 항의했지만 이곳은 꽉 막혀 더 이상 길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반쯤 포기하고 청계광장에 있는 카페로 가서 나른하게 쉬고 있었습니다. 차도 마시며 이야기도 하면서 시민들은 마음 편하게 쉬고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시민들은 다급하지 않습니다. 마음 편하게 이야기하면서 즐기는 거죠. 경찰은 똥줄이 탈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여유롭습니다.

그런데 밤 10시를 조금 넘어 갑작스럽게 정보가 왔습니다. 아까도 말했지만 우리는 더 이상 고립되어 있지 않습니다. 많은 시민들은 정보를 줍니다. 정보는 간단했습니다. 군중들이 벽을 뚫고 삼청동, 효자동 입구까지 진출했다는 정보였습니다.
이미 많은 시민들은 자리를 잡고 삼청동 입구에 서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시민들의 집회 역사상 여기까지 밀고 간 적이 없었습니다. 저번주 일요일 우리들이 광화문 앞까지 진출했을 떄 경찰들은 놀랐을 겁니다. 완전 비폭력의 시위대가 그곳까지 가다니요. 이제는 그것을 넘어 청와대 입구를 향하고 있는 것입니다. 과거의 폭력 시위대도 할 수 없었던 일은 우리는 이루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여기서 계속 대치 상황…

잠시 쉴 겸 삼청동을 떠나 효자동 방향으로 향했습니다
시민들은 이 상황을 즐기고 있습니다. 기타를 들고 나와 공연을 하시는 모습 아주 좋습니다.
누군진 모르겠지만 청와대에서 살고 있는 누군가가 미친소를 "아가리"에 쳐넣고 있는 인형을 만들고 오셔서 너무 귀여웠습니다. 이명박 말고요 입에 쳐박히고 있는 소요. 저런 모습을 봤으면 좋겠습니다.
밤이 깊어가지만 시민들은 지치지 않습니다. 저 버스 넘어에서 대기하는 경찰들은 피곤하겠죠. 계속 시민들은 압박하니까요. 이 상황이 1주일인 겁니다.
여기에서 전열에 앞에 서있던 것은 예비군들이었습니다. 언제나 개념없다고 욕먹던 예비군들이 박수 갈채를 받는 모습은 처음이었습니다. 저는 이제 예비군도 아니라 저 대열에 낄 수는 없습니다만, 그들의 모습은 멋졌습니다. 아니 재미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이로써 멈추지 않았습니다. 살수차를 통해 계속 시민들을 압박했습니다. 이 살수차에 의해 기동대 버스 위에 있던 고려대 총학생회 회장이라 알려진 사람이 밀려났다고 하는데, 큰 사고를 당하진 않은 거 같습니다. 처음 살수차에서 뿌려진 물의 수압은 약했지만 이후 강해져서 밀려난 모습을 보았습니다. 저는 뒤에서 쉬고 있던 도중 갑자기 뛰어나와 이 상황 사진을 잡지는 못했습니다.

그렇게 계속 대치하면서 신경전을 벌이는 도중 새벽 4시가 넘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누군진 잘 모르겠는데 청와대를 점거(?)하고 쉬고 있던 그 놈이 깨어날 시간이 된 거죠.
세검정에 있던 시민들이 밀려나거 효자동에 있던 시민들도 밀리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뛰어가보니, 경찰들은 시민들을 밀어내고 살수차를 통해 물을 뿌리고 검은색 차를 밀고 나왔습니다. 시민들은 다치면 안되니 살짝 뒤로 물러났습니다. 그래서 효자동, 세검정 길은 경찰이 자리 잡고 시민들은 세종로 청사 옆길과 삼청동 앞에 자리 잡고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저는 이제 피곤하여 집으로 향하려는데, 삼청동 앞에서 쭉 바라보니 참으로 장관이더군요. 이게 바로 2008년 6월 서울 시내 한복판입니다. 이런 상황을 만든 시국이 안타깝지만 이에 지지 않고 거리로 나와 자신들의 목소리를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모두 멋졌습니다.

시내에 나와 돌아다보니 고등학교 동창도 보고 회사 동료 분도 보고, 참으로 시민의 만남의 광장이 되어 버렸습니다. 많은 시민들은 세종로를 자신들의 공간으로 만들고 삼삼오여 모여 앉아 이야기하면서 즐겁게 지냈습니다. 이야 말로 '하이~ 서울 페스티벌' 아니겠습니까. 서울의 광장에 모여 시민들의 모임을 갖는 모습. 광장의 민주주의란 생각이 들어 뿌듯했습니다. 이 모든 기회를 만들어준 현직 이명박 대통령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릴 따름입니다.

하지만 이제 시작입니다. 물러서지 않고 우리의 뜻을, 우리의 마음을 이야기해야 합니다. 절대 지지 말고 우리의 마음의 촛불을 밝히는 멋진 시민이 되시길 바랍니다. 저도 그를 위해 뛰겠습니다.

제가 현장을 떠난 직후 경찰특공대가 출동하여 역시 폭력적으로 시민을 연행 및 진압하였다고 하는군요. 휴…

Daum 블로거뉴스
블로거뉴스에서 이 포스트를 추천해주세요.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