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이야기/촛불항쟁

나른한 일요일 밤의 경복궁 카페에서.

Namu(南無) 2008. 6. 1. 21:23
누구냐 내 블로그를 스팸 등록한 양반은?에서 이야기했듯이 저는 스팸 블로그로 등록되었지만 그 '스팸'을 계속 쏴댈 겁니다.
제가 집회에 나가는 대의는 명박, 아니 명백합니다. 시민들과 함께 제 뜻을 현실에 반영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래서 뛰어 나옵니다. 그 뜻 속에는 가슴 속에 불타는 좌빨의 이성의 영향을 주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 이전에 민주사회의 시민으로써의 분노가 가장 큽니다. 이런 낯 뜨거운 이야기하려니 웃겨서 뱃가죽이 찢어질 지경입니다.

오늘 새벽 집으로 들어오면서 함께 있던 시민들과 함께 종로 구청 뒤에 있는 내장탕 집을 가서 한사발 먹었습니다. '이 때가 아니면 언제 먹겠냐' 하면서 말이죠. 시의적절한 선택이었습니다. 해장국을 먹으면서 그냥 넘어갈 수 없어 참이슬 프레쉬가 아닌 참이슬을 일잔 했습니다. 해장술이죠. 술도 안먹었는데...
그래서 지금은 어디인가 하니, 경복궁 역 사거리에 있는 카페 디 비비스. 일리에서 열고 있는 카페 체인입니다. 체인 중에서는 가장 괜찮지 않나 생각하는 곳이 있어서 왔습니다. 위치가 서울지방경찰청과 세종로청사 사이에 있는 카페다 보니 노트북 연결을 원활하게 하려고 하나 봅니다. 유선랜 포트까지 보입니다.

마치 새벽 4시 아무도 없는 거리 같은 광화문 길입니다만, 지금은 오후 8시 반을 넘어 밤 9시가 되기 직전입니다. 이곳은 너무 평화롭습니다. 하지만 이런 평화로운 곳을 오기 위해서 저는 기동대 부대를 만났습니다.
KT 본사 앞입니다. 사람 한 명 통과할 길을 놔두고 있어 시민들이 통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집회'와 관련된 유인물은 모두 압수하고 있습니다. 이게 법적으로 가능한지 뭔지 그런 거 따지고 싶진 않지만 우습습니다. 이쪽으로 향하던 도중 전경대 대원이 지나가길래 말을 걸어보았습니다. 어떻게 의경과 전경을 구분하는가는 계급장이 다르답니다. 잎사귀 하나만 있으면 의경, 밑에 작대기가 달렸으면 전경이랍니다. 전경은 대답을 꺼리는 듯 했지만 제가 전경 출신이란 걸 이야기하자 웃으면서 전북에서 왔다고 화답해 줬습니다.

미국 대사관 뒷길을 통해 안국동으로 향하던 도중 순찰차에 경찰 아저씨가 계시길래 약국이 어딘가 물어봤습니다. 혹시 다칠 때를 위해서 압박 붕대와 파스를 준비하려고 했는데, 자기는 멀리서 오셔서 모르겠다고 합니다. 어디서 오셨다고 여쭈어 보았더니 역시 전라도에서 오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떠나가는 저를 향해 충고 잊지 않으셨습니다. "괜히 사진기 들고 돌아다니지 말고 얼릉 들어가~" 저도 웃으며 인사 드렸습니다. "빨리 들어가세요~~"

안국동으로 향하다보니 전경대가 많이 보이네요. 어제 나왔을 때는 전경대가 별로 안보였는데 전경대가 많이 보이네요. 특히 버스에 '프랭카드'를 건 기동대 버스가 많이 보이는데, 이것들은 지방서 올라온 중대가 숨기기 위해서 일겁니다. 어제 같은 경우에는 지방에서 올라온 중대는 번호판 등은 가렸지만 옆에 붙은 홍보물은 못 가렸거든요. 그래서 웃으면서 '이거 저기 있는 친구들에게 알려줄까?' 하면서 지나갔는데 오늘은 깔끔하게 가렸습니다. 하지만 그런 버스가 무척 많았습니다. 아직 보도 자료를 확인하지 못 했지만 이 정도 배치라면 어제보다 밀집도도 훨씬 높고 훨씬 넓은 구역을 막고 있으므로 더 많은 중대가 왔으리라 짐작됩니다.
삼청동 입구에 오니 10여개의 중대가 저를 맞이했습니다. 뒤에는 버스가 두 줄로 막고 있고 앞에는 대원들이 가득합니다. 인도는 열려 있어서 저는 효자동 쪽, 경복궁 역으로 향했습니다. 한가로운 세종로와 광화문 앞을 감상해보세요. 너무나 평화롭습니다.



혼자 있어서 심심하길래 세종로 사거리에 있는 친구보고 이쪽 와서 함께 놀자고 했더니 이쪽으로 들어오는 길은 이제 완전히 통제되어 마음껏 들어올 수 없다고 합니다. 저는 여기서 마음 껏 쉬고 있으렵니다. 흑흑 심심해요. 카페도 9시 반까지라 이제 나가봐야 해요. 하지만 이곳에는 평화롭게 촛불을 들고 있는 시민들이 있습니다. 저도 그들 옆에서 촛불을 들고 있으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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