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이야기/촛불항쟁

이럴 수가, 제가 집으로 가면 진압이 시작되는군요.

Namu(南無) 2008. 6. 7. 09:32
청계광장 탐앤탐스에 자리 잡았습니다. 이후로 해가 진 이후 모인 몇명과 함께 마실을 나갔습니다. 광화문 앞도 지나고, 돌다보니 이젠 어둑어둑하군요. 여기는 이순신 동상에서 대치 중인 시민 들과는 반대편, 즉 기동대 버스 뒷쪽입니다. 세종로 사거리로 나가니 시민들은 어디론가 향하고 있더군요. 시청 광장에서 모여 남대문을 통해 행진 중이었습니다. 사진의 모자이크로 가려진 양반은 함께 걷던 일행 중 한 명입니다. 간지 나는 친구입죠.
남대문 쪽에서 시청 광장을 넘어 세종로 사거리까지 이어지는 촛불의 행렬. 참으로 장관입니다. 행렬에서 비디오 카메라를 들고 찍고 있던 친구는 '28분' 동안 그 행렬에서 카메라를 들고 찍어야만 했답니다. 몇명인진 잘 모르겠고 경찰 발표로는 4~5만 명이라고 하더군요. 어떻게 세어보면 그렇게 되는진 전 잘 모르겠습니다. 행렬을 따라갈까 하다가 걷기도 힘들고 해서 다시 탐앤탐스로 돌아가서 다시 담소를 나누었습니다. 몇 분들 돌아가고 또 합류한 사람들도 있고 그렇게 보내던 중 새문안 교회 뒤편에서 충돌이 일어났다는 소식을 들고 뛰어갔습니다.
새문안 교회 안쪽의 길을 통해 버스를 등지고 기동대가 서있고 시민들은 꽉 채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미 중대가 꽉 막고 있어서 이대로 대치할 분위기라 다시 탐앤탐스로 돌아갔습니다. 기자들도 많고 해서 별다른 일은 없겠거니 했죠. 이때가 시간은 새벽 1시가 안된 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잠시 뒤 어딘가가 뚫렸다는 이야기와 함께 다시 나오게 됩니다.
나오다 보니 그 밑의 골목에 있는 기동대 버스를 쭉 끌어냈더군요. 3대 정도입니다. 1시간에 1대 정도 꼴로 끌어서 쭉 빼놨더군요. 3대 정도의 버스를 끌어낸 상태였습니다만, 빼내도 빼내도 다시 채워놓기 때문에 별다른 성과가 있어 보이진 않습니다.
그래서 새문안 교회 옆에 있는 길의 주차장을 통해 들어가보니 어두운 길에서 다칠까봐 촛불로 길을 안내하고 있습니다. 센스 좋군요.
시민들은 기동대를 쭉 밀어놓고 있습니다만, 기동대 뒤에 세워놓은 버스로 인해 더 밀어낼 수는 없습니다. 기동대는 버스로 배수의 진을 치고 시민들을 막을 생각을 한 거 같은데, 이게 결국 '큰' 실수가 됩니다.
이렇게 오른쪽에는 지하 주차장 입구가 있어 내려가는 길이 있는데요,
시민들이 기동대를 밀다가 멈추자 기동대는 앞으로 밀던 힘을 주체하지 못 하고 밑으로 쏠리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1개 소대 이상이 주차장 입구 쪽으로 떨어져 버리는 사태가 발생하고 맙니다. 이 높이가 1m 정도 밖에 안되어서 다행이지 아니었다면 대원들 크게 다칠 뻔 했습니다. 의료 봉사팀은 길을 비켜달라고 하고 달려갑니다만, 다가가기 쉽지는 않군요. 게다가 기동대 대원은 의료진이 다가가는데도 겁에 질려 발악을 하고 그 모습을 보고 이게 폭력을 휘두른다고 착각한 시민들이 달려 들어 아비규환의 현장이었습니다. 이때 사진을 찍지 못 한 것은 달려드는 시민들을 막고 대원을 보호하느랴 몸을 날려서 그렇습니다. 덕분에 몇 분께 등짝을 밟혔습니다. 흑, 시민에게 폭행(?) 당한 건 처음이네요. 아파요 흑.

이 상황이 어이없는 것이 기동대도 그냥 이 골목 하나 정도 내주고 대치만 해도 될 것을 버스로 기동대의 뒤를 막고 배수의 진을 친 겁니다. 어차피 버스로 막을 거 뭐하러 대원들을 그 앞에 세워서 밀어내려고 합니까. 몇 m나 된다고. 게다가 또 큰 실수는 내리막길에서 밑을 향해서 시민들을 밀어내려 했다는 겁니다. 그렇게 무리를 해서 밀어내려 했기 때문에 중대가 앞으로 꼬꾸라지는 어이없는 일이 일어난 거죠. 시민들은 너무 과격해지는 거 같아서 미는 것을 중단하고 살짝 물러섰는데 기동대는 힘을 멈추지 못 하고 자빠진 겁니다. 게다가 그 상황에서 고립되어서 끌려간다고 착각한 대원들은 치료하려고 달려드는 의료진의 손길마저 거부하고 마구 발악한 거죠. 참으로 어이없습니다.
이후 이곳도 고착화 되고 대치 상황이 되어 탐앤탐스로 돌아가 또 수다를 떨다 아침(?)을 먹고 슬슬 졸려서 집으로 출발했습니다. 이때 시간이 6시 가량인데, 이 시간에도 새문안 교회 뒷쪽은 별다른 변화가 없습니다. 그래서 안심을 하고 서대문 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돌아오는데…

7시 쯤일까요? 뉴스를 보았더니 기동대가 뛰쳐나와 방패를 휘두르고 소화기를 뿌리며 시민들을 시청 앞 서울광장까지 몰아냈더군요. 이 과정에서 오마이뉴스 취재진이 어이없는 광경을 촬영했습니다.
▲ 미국산쇠고기 전면 수입개방 반대 72시간 릴레이 촛불문화제 삼일째인 7일 오전 서울 세종로 네거리에서 밤새 시위를 벌이던 학생과 시민들을 강제해산시킨 전경대원이 가지고 있던 한쪽 모서리만 날카롭게 갈려있는 방패를 사진기자가 취재하자 부대 지휘관이 방패를 들어보이며 아무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경들은 이때 취재진에게 달려들어 사진취재를 하지 못하도록 막기도 했다. ⓒ 유성호

이 사진은 구형 방패의 끝을 갈아 날카롭게 만든 방패입니다. 현재 기동대는 폴리 카보네이트로 만들고 둘레에 고무를 두른 방패를 사용 중인데, 꽤 튼튼하고 게다가 고무로 둘레를 쳐놓았기 때문에 찍혀도 큰 상처가 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 방패로 끝을 갈아 사람을 칠 경우에는 이건 심각한 상처가 남을 수 있습니다. 흉기가 되는 거죠. 그런데도 부대 지휘관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합니다. 김영기 50 기동대 대장은 "방패가 갈린 것은 기자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의도적으로 날카롭게 한 것이 아니다"며 "시위 진압을 할 때 위협을 하려고 땅바닥을 치면 자연스럽게 날카롭게 된다"고 해명했는데 이건 완전 말도 안되는 이야기입니다. 바닥을 긁고 찍더라도 저렇게 예쁜 모양으로 갈릴 수 있습니까? 게다가 처음 취재 기자가 지적하자 사진도 못 찍게 막다가 기자들이 모여 항의하니까 그제서야 사진을 응하더군요. 굳이 사용하지 않는 구형 방패를 끌고 나온 것도 말도 안되는 것이며, 저렇게 갈린 건 절대 쓰다보니까 갈린 게 아닙니다. 만에 하나 쓰다보니 갈렸다 하더라도 저렇게 위험한 상태라면 방패를 불용처분하여 파기해야죠. 아주 어이없는 이야기입니다. 게다가 이 중대는 효자동 안쪽 길에 있던 중대로, 낮에 아주 편하게 쉬고 있던 모습을 제가 본 바가 있습니다. 즉, 이 중대는 처음부터 새벽 시간에 시위대를 밀어내기 위해 대기했던 것으로 보이며, 시위대 수가 가장 줄어든 시간을 노려 몰아낸 것으로 보입니다. 참으로 치졸한 작전입니다. 어휴.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6월 1일 새벽의 상황을 쓴 이제부터가 시작입니다.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이때도 현장을 떠나 밥을 먹으러, 시즌에 맞추어 내장탕을 먹으러 간 사이에 경찰 특공대가 뛰어들어 진압을 시도하였으니,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이것도 징크스일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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