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이야기/촛불항쟁
이럴 수가, 제가 집으로 가면 진압이 시작되는군요.
Namu(南無)
2008. 6. 7.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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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상황이 어이없는 것이 기동대도 그냥 이 골목 하나 정도 내주고 대치만 해도 될 것을 버스로 기동대의 뒤를 막고 배수의 진을 친 겁니다. 어차피 버스로 막을 거 뭐하러 대원들을 그 앞에 세워서 밀어내려고 합니까. 몇 m나 된다고. 게다가 또 큰 실수는 내리막길에서 밑을 향해서 시민들을 밀어내려 했다는 겁니다. 그렇게 무리를 해서 밀어내려 했기 때문에 중대가 앞으로 꼬꾸라지는 어이없는 일이 일어난 거죠. 시민들은 너무 과격해지는 거 같아서 미는 것을 중단하고 살짝 물러섰는데 기동대는 힘을 멈추지 못 하고 자빠진 겁니다. 게다가 그 상황에서 고립되어서 끌려간다고 착각한 대원들은 치료하려고 달려드는 의료진의 손길마저 거부하고 마구 발악한 거죠. 참으로 어이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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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시 쯤일까요? 뉴스를 보았더니 기동대가 뛰쳐나와 방패를 휘두르고 소화기를 뿌리며 시민들을 시청 앞 서울광장까지 몰아냈더군요. 이 과정에서 오마이뉴스 취재진이 어이없는 광경을 촬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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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은 구형 방패의 끝을 갈아 날카롭게 만든 방패입니다. 현재 기동대는 폴리 카보네이트로 만들고 둘레에 고무를 두른 방패를 사용 중인데, 꽤 튼튼하고 게다가 고무로 둘레를 쳐놓았기 때문에 찍혀도 큰 상처가 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 방패로 끝을 갈아 사람을 칠 경우에는 이건 심각한 상처가 남을 수 있습니다. 흉기가 되는 거죠. 그런데도 부대 지휘관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합니다. 김영기 50 기동대 대장은 "방패가 갈린 것은 기자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의도적으로 날카롭게 한 것이 아니다"며 "시위 진압을 할 때 위협을 하려고 땅바닥을 치면 자연스럽게 날카롭게 된다"고 해명했는데 이건 완전 말도 안되는 이야기입니다. 바닥을 긁고 찍더라도 저렇게 예쁜 모양으로 갈릴 수 있습니까? 게다가 처음 취재 기자가 지적하자 사진도 못 찍게 막다가 기자들이 모여 항의하니까 그제서야 사진을 응하더군요. 굳이 사용하지 않는 구형 방패를 끌고 나온 것도 말도 안되는 것이며, 저렇게 갈린 건 절대 쓰다보니까 갈린 게 아닙니다. 만에 하나 쓰다보니 갈렸다 하더라도 저렇게 위험한 상태라면 방패를 불용처분하여 파기해야죠. 아주 어이없는 이야기입니다. 게다가 이 중대는 효자동 안쪽 길에 있던 중대로, 낮에 아주 편하게 쉬고 있던 모습을 제가 본 바가 있습니다. 즉, 이 중대는 처음부터 새벽 시간에 시위대를 밀어내기 위해 대기했던 것으로 보이며, 시위대 수가 가장 줄어든 시간을 노려 몰아낸 것으로 보입니다. 참으로 치졸한 작전입니다. 어휴.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6월 1일 새벽의 상황을 쓴 이제부터가 시작입니다.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이때도 현장을 떠나 밥을 먹으러, 시즌에 맞추어 내장탕을 먹으러 간 사이에 경찰 특공대가 뛰어들어 진압을 시도하였으니,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이것도 징크스일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