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이야기

그날이 오면.

Namu(南無) 2008. 6. 15. 04:22
▲ 동료들과 함께 한 전태일 열사(뒷줄 가운데).
ⓒ2005 전태일기념사업회

1970년 11월 13일, 전태일 열사는 청계천에서 분신을 감행하며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고 외치며 숨을 거두셨습니다. 그리고 38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에겐 아직 그날이 오지 않은 거 같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오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날이 오면'은 전태일 추모가였다을 보면 알 수 있지만, 이 노래가 저는 처음에 통일을 바라는 곡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이야기하는 '그날'은 그 '그날'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잘 몰랐던 것이죠.

뉴스에서도 이야기하지만 가사가 이후 바뀌어 불리어 '빛나는 눈물들'을 '뜨거운 눈물들'로, '짧은 추억'을 '아픈 추억'으로 바꾸어 부르곤 했다고 합니다. 이 곡은 그 중 가장 원전에 가까운 곡입니다.

한 밤의 꿈은 아니리
오랜 고통 다한 후에

내 형제 빛나는 두 눈에 빛나는 눈물들
한 줄기 강물로 흘러 고된 땀방울 함께 흘러
드넓은 평화의 바다에 정의의 물결 넘치는 꿈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
내 형제 그리운 얼굴들 그 짧은 추억도
아아 짧았던 내 젊음도 헛된 꿈이 아니었으리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
내 형제 그리운 얼굴들 그 아픈 추억도
아아 피맺힌 그 기다림도 헛된 꿈이 아니었으리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


노래가 안나오는 분은 링크를 통해 들어주세요.

저는 현재 시민들의 집회를 87년 6월 항쟁의 재래다, 제2의 6월 항쟁이라 이야기하는 모습을 그리 탐탁치 여기지 않습니다. 그 분들은 우리보다 훨씬 어려운 과정 속에서 항쟁하셨고 더 값진 선물을 우리에게 남기셨습니다.

이번 5월부터 지금까지 이어지는 집회에서 87년 당시 현장에 계셨던 분들에게 이야기도 들어보고 시민들이 "비폭력! 비폭력!"을 외치는 현장도 보았습니다. 그리고 오늘, 아니 이젠 어제이죠. SBS에서 방송하였던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87년에 있었던 현장을 보고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그때 명동 신세계 앞 한국 은행 건물에서 1개 소대 단위로 흩어져 시민들에게 포위된 전경을 시민들이 "비폭력! 비폭력!"을 외치며 그들을 보호하며 돌려주는 모습을 보고 우리는 그저 선배들이 한 것을 따라하는 게 불과하구나, 그들은 그 최악의 상황에서조차도 비폭력을 외쳤는데, 우리는 무엇을 생각하는가,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우리들이 별거 아닌 건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가 이렇게 비폭력을 외치며 길거리로 나설 수 있는 것은, 모두 그 이전 우리보다 연배가 많은 시민들이 해놓은 길을 이어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날, 그날이 언제 올지 모르겠지만, 저는 그날을 위해 거리로 나갈 겁니다. 모두가 바라는 그날은 조금씩 다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한 뜻이라면 그날은 언젠가 올겁니다.

언젠가 한참 세월이 흘러 제 손녀가 제가 이렇게 물어볼지도 모릅니다.

"할아버지는 그때 뭐 했삼?"

"응, 할아버지는 말야~"


그러면서 자랑스럽게 제 블로그를 보여줄 겁니다. 그날이 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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