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이야기/촛불항쟁

OECD 장관 회의에 맞서 시민들이 나왔습니다.

Namu(南無) 2008. 6. 17. 19:58
19:54 어제의 삼성동에서 강남역까지의 상황을 이야기한 6월 16일 테헤란로를 시민들이 행진합니다.에 이어 오늘도 시민들은 삼성동에 모였습니다. 일부 시민들은 코엑스 전시장 정문 앞에, 일부 시민들은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앞에 모여있습니다. 오늘의 주된 구호는 OECD 장관 회의를 주관하는 정보통신위원장 최시중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입니다. 시민 몇 분이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호텔 앞에도 시민이 있으므로 몰려서 가지 말고 소규모로 이동하여 합치자는 이야기를 하는군요. 저도 그쪽으로 이동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근데 나중에 사진을 보니 어제 보았던 정보과 형사님 뒷모습이 보이는군요. 이젠 얼굴 다 외우겠습니다. 아놔~
20:20 여기는 장관 회의가 열리는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호텔 그랜드볼룸입니다. 장관 회의를 알리는 큰 플랭카드가 걸려있습니다.
20:25 시민들은 코엑스 컨티넨탈 호텔 앞에 자리를 잡고 언론과 관련된 구호를 외치고 있습니다. "최시중은 물러나라" "조중동은 폐간하라" 아무래도 오늘 주최가 방송통신위원회다보니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20:55 이미 만찬을 비롯하여 공식 행사가 끝났으므로 장소를 옮겨 다른 곳에서 집결하여 그 다음을 생각해 보자고 하는 이야기가 들립니다. 그 말을 전해 들은 시민들은 촛불을 들고 천천히 이동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21:25 여기는 그랜드볼룸 OECD 장관회의 장 앞의 인터넷 라운지입니다. 특별히 통과가 불가능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인터컨티넨탈 호텔의 그랜드볼룸을 지키던 경찰 병력이 빠지는 것을 보아, 이미 최시중 위원장을 비롯한 인사는 빠져나간 것으로 보입니다. 그랜드볼룸 정문 앞에서 시민들이 있었음에도 통과할 수 있었던 것은 아무래도 다른 길을 통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예를 들면 호텔 정문을 통해서라던가, 길은 많으니까요.
21:50 코엑스에 남아서 연좌 시위를 하자는 분들과 오늘도 강남역 행진을 하자는 사람들로 나누어 논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주로 어제 강남역으로 향했던 분들은 회의적인 것 같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인 것이, 도로로 나갈 수 있을 만큼의 인원이 되지 않고, 인도로 갈 경우 시위의 효과도 약하며 흩어지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회의장 쪽에서 내려오는 몇몇 외국인들. 장관급은 아닌 거 같은데요. 하지만 이에 자극 받은 시민들은 다시 연좌하여 시위를 시작합니다.
외국인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이명박 OUT" "최시중 OUT"을 섞어가면서 외칩니다. 경찰 무전으로도 이 시위 상황이 잘 전해지고 있군요. 다 들을 수 있게 크게 무전기를 틀어놓으니 듣기 싫어도 듣게 됩니다.
22:20 모두 강남역으로 향하고 저는 사무실로 들어가서 잠깐 정리한 뒤 퇴근하려고 생각했습니다. 어제처럼 강남역으로 행진한다면 큰 의미는 없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죠. 게다가 어제보다 더 늦은 행진 시작 시간. 아무래도 시민들의 호응을 얻기 어려울 겁니다. 왜냐면 테헤란로 주변 시민들은 좀 일찍 퇴근하는 편이니까요.

그런데, 일련의 정보과 형사들이 지나갑니다. 그 중 한명이 절 째려보고 가는데, 아뿔싸 광화문에서 자주 보던 그 분이네요. 이거이거 좋지 않습니다. 형사들 얼굴을 익혀두면 좋지만 형사들이 제 얼굴 알아보는 건 아~~주 안좋은데요.

22:40 그렇게 느즈막히 회사로 향하던 도중 20명 정도의 시민들을 만납니다. 그들은 아주 적은 수임에도 구호를 외치면서 그들만의 행진을 즐기고 있더군요. 저는 마음이 바뀌어 그들을 따르다가 버스를 타고 시위대를 앞서 가기로 결심했습니다.
22:55 기동대 지휘차의 불빛과 함께 기동대가 나타나고, 그 뒤(?)를 시민들이 따릅니다.
이 4명의 사람 중 왼쪽 끝의 검은 무전기를 들고 있는 사람은 어제도 보았던 강남 경찰서 정보과 형사입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어제 괜히 길가던 시민에게 시비를 걸던 아주머니인데…. 조심하세요~ 내일 또 뵈면 그만 경찰서로 돌아가시라고 할 겁니다.
이 사진에 찍힌 형사님 말고, 어제 내내 제 옆을 따라오던 형사님이 제게 묻습니다.

"교대로 가는 거야?"
"그걸 제가 어떻게 알아요~ 저야 말로 궁금하죠"


제가 그래서 넌짓이 묻습니다.

"아까 무전 들으니까 시티 극장 옆에서 해산할 거라고 하던데, 무슨 교대로 향한다고 그러세요"

그러자 손을 내저으며 당황하는 형사님.

"에이 나야 교대로 가면 좋지."
그렇습니다. 시티 극장 쪽까지는 강남경찰서 관할. 그 너머는 서초경찰서 관할이거든요. 넘어가버리면 끝이죠. 다시 한번 경찰들의 관할 놀이(?)를 볼 수 있었습니다.
23:25 짠! 강남역에 도착하였습니다. 많은 깃발들이 보이네요. 기억나는 것은 민주노동당 서초지부, 진보신당 강남지부, 다함께, 쌍코, 쌍구려 등이었습니다. 그외 깃발도 더 보았는데 잘 기억이 안나네요.

오마이뉴스의 기사를 보니 "최시중은 이명박 시중 그만 들어라" 코엑스에 뜬 '무서운 배후' 아고리언라는 제목으로 기사가 나왔는데, 물론 다음 아고라 깃발이 앞장서긴 했지만 제가 보기에는 마이클럽을 통해 모인 여성 동지들이 훨씬 많아 보였습니다. 다음 아고라 깃발은 그저 앞에 있었을 뿐이죠. 쌍코, 쌍구려 등의 여성 동지들의 카페 깃발도 많이 보였는데, 다음 아고리언이라고 단정 짓는 건 조금 성급했습니다. 저만 해도 다음 아고라는 들어가보지도 않는데요 뭐. 다음 블로거 뉴스는 열심히 쓰고 활동합니다만^^

이렇게 6월 17일 OECD 장관 회의 첫날에도 시민들은 모여서 강남역으로 향하는 행진을 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지역과 달리 강남역은 유흥 중심의 지역이다 보니 도착한 이후의 시민들의 호응은 그리 좋지 않습니다. 차라리 테헤란로를 향하는 게 더 좋죠.

여튼, 시민 여러분 수고하셨습니다. 이렇게 퇴근 후 모이는 것도 힘든데 말이에요. 그리고 줄곧 따라왔던 정보과 형사님들도 수고하셨어요. 강남경찰서 관할에서 이렇게 집회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그리고 언제나 수고하는 기동대 대원들. 어제 따라온 중대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수고하였습니다. 그리고 시위대에 섞여서 따라온 정보과 여형사님, 아니 쁘락찌 아줌마. 내일 뵈면 한마디 할테니 그만 나오세요~

자. 이리하여 집회는 끝났습니다. 하지만 시민들이 정부에게 선언한 마지막 시하는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정부에게 재협상을 요구하는 마지막 시한이 있죠. 그게 며칠인지 모르겠다고? 얼마인지 모르겠다고요?

2008. 06. 20까지

D-3

이제 아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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