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이야기/촛불항쟁
OECD 장관 회의에 맞서 시민들이 나왔습니다.
Namu(南無)
2008. 6. 17.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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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5 이미 만찬을 비롯하여 공식 행사가 끝났으므로 장소를 옮겨 다른 곳에서 집결하여 그 다음을 생각해 보자고 하는 이야기가 들립니다. 그 말을 전해 들은 시민들은 촛불을 들고 천천히 이동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21:25 여기는 그랜드볼룸 OECD 장관회의 장 앞의 인터넷 라운지입니다. 특별히 통과가 불가능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인터컨티넨탈 호텔의 그랜드볼룸을 지키던 경찰 병력이 빠지는 것을 보아, 이미 최시중 위원장을 비롯한 인사는 빠져나간 것으로 보입니다. 그랜드볼룸 정문 앞에서 시민들이 있었음에도 통과할 수 있었던 것은 아무래도 다른 길을 통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예를 들면 호텔 정문을 통해서라던가, 길은 많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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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일련의 정보과 형사들이 지나갑니다. 그 중 한명이 절 째려보고 가는데, 아뿔싸 광화문에서 자주 보던 그 분이네요. 이거이거 좋지 않습니다. 형사들 얼굴을 익혀두면 좋지만 형사들이 제 얼굴 알아보는 건 아~~주 안좋은데요.
22:40 그렇게 느즈막히 회사로 향하던 도중 20명 정도의 시민들을 만납니다. 그들은 아주 적은 수임에도 구호를 외치면서 그들만의 행진을 즐기고 있더군요. 저는 마음이 바뀌어 그들을 따르다가 버스를 타고 시위대를 앞서 가기로 결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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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에 찍힌 형사님 말고, 어제 내내 제 옆을 따라오던 형사님이 제게 묻습니다.
"교대로 가는 거야?"
"그걸 제가 어떻게 알아요~ 저야 말로 궁금하죠"
제가 그래서 넌짓이 묻습니다.
"아까 무전 들으니까 시티 극장 옆에서 해산할 거라고 하던데, 무슨 교대로 향한다고 그러세요"
그러자 손을 내저으며 당황하는 형사님.
"에이 나야 교대로 가면 좋지."
그렇습니다. 시티 극장 쪽까지는 강남경찰서 관할. 그 너머는 서초경찰서 관할이거든요. 넘어가버리면 끝이죠. 다시 한번 경찰들의 관할 놀이(?)를 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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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기사를 보니 "최시중은 이명박 시중 그만 들어라" 코엑스에 뜬 '무서운 배후' 아고리언라는 제목으로 기사가 나왔는데, 물론 다음 아고라 깃발이 앞장서긴 했지만 제가 보기에는 마이클럽을 통해 모인 여성 동지들이 훨씬 많아 보였습니다. 다음 아고라 깃발은 그저 앞에 있었을 뿐이죠. 쌍코, 쌍구려 등의 여성 동지들의 카페 깃발도 많이 보였는데, 다음 아고리언이라고 단정 짓는 건 조금 성급했습니다. 저만 해도 다음 아고라는 들어가보지도 않는데요 뭐. 다음 블로거 뉴스는 열심히 쓰고 활동합니다만^^
이렇게 6월 17일 OECD 장관 회의 첫날에도 시민들은 모여서 강남역으로 향하는 행진을 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지역과 달리 강남역은 유흥 중심의 지역이다 보니 도착한 이후의 시민들의 호응은 그리 좋지 않습니다. 차라리 테헤란로를 향하는 게 더 좋죠.
여튼, 시민 여러분 수고하셨습니다. 이렇게 퇴근 후 모이는 것도 힘든데 말이에요. 그리고 줄곧 따라왔던 정보과 형사님들도 수고하셨어요. 강남경찰서 관할에서 이렇게 집회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그리고 언제나 수고하는 기동대 대원들. 어제 따라온 중대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수고하였습니다. 그리고 시위대에 섞여서 따라온 정보과 여형사님, 아니 쁘락찌 아줌마. 내일 뵈면 한마디 할테니 그만 나오세요~
자. 이리하여 집회는 끝났습니다. 하지만 시민들이 정부에게 선언한 마지막 시하는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정부에게 재협상을 요구하는 마지막 시한이 있죠. 그게 며칠인지 모르겠다고? 얼마인지 모르겠다고요?
D-3
이제 아시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