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주제/개인

가을 어느날, 토쿄의 오마츠리.

Namu(南無) 2004. 9. 30. 03:21
가을 어느날. 약간 흐린 날이었습니다. 비는 내릴 듯 말듯하고. 토쿄의 가을 치곤 선선한 날씨. 그러나 눅눅한 느낌은 그대로였습니다. 같이 갔던 일행 들과 달리 하라쥬쿠(原宿)에 관심이 없던 저는 오모테 산도(表参道)에서 벗어나 주택가로 들어섰습니다. 얼만큼 걸었을까요? 특별한 목적지 없이 발길 닿는대로 걷던 순간, 조그만 마츠리 행렬과 마주쳤습니다.
아마도 작은 쵸(町)의 마츠리. 제가 태어나 처음 보는 오마츠리였습니다. 특별히 알려진 것도 아닌, 일부러 보려고 갔던 것도 아닌, 특별한 목적없이 길을 걷던 도중 마주쳤던 행렬이었습니다.

저는 발길을 멈추고 눈길을 빼앗길 수 밖에 없었습니다. 크고 유명한 마츠리에 대해서는 다른 미디어를 통해서 많이 보았고, 한번쯤 가보고 싶다는 생각은 해봤지만, 이렇게 우연히 마츠리를 처음 마주칠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 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자연스럽게 마츠리를 즐기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 했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꺼낸 카메라. 자연스럽게 찍은 사진. 그렇게 금요일 오전의 시간은 자연스럽게 지나갔습니다.

마츠리 행렬은 지나가고,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조용해진 거리. 그리고 그곳에서 저는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까지 내가 봐온 일본은 피상적인 것일지도 모르고, 내가 본 일본은 일상이 아니었군."

어쩌면 그 동안 일본어를 공부하면서 느낀 일본, 책을 보면서 느낀 일본, 영화를 보면서 느낀 일본, 그 무엇보다 가장 마음에 남고 기억에 남습니다.

제가 이 모습을 몇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하는 것은, 아마도 일본에 거주한 경험이 없기 때문에 더욱 이런 일상의 일본을 보고파 하고, 그것을 꿈꾸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2002년 9월 22일 오전의 오모테산도.

제 기억 속에 아직도 선한 모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