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이야기/촛불항쟁

25일 새벽. 종로에서 7시간 동안의 기록

Namu(南無) 2008. 5. 25. 19:12
24일 어제 집으로 돌아오던 도중 청계 광장에서 모여있던 분들을 버스에서 봤습니다만, 저는 피곤하다는 핑계로 집으로 그냥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뉴스를 보고 말았습니다. 9시 30분 경 해산한 참가자들은 몇몇의 주장에 따라 청계천을 벗어나 종로로 향하고 있다는 뉴스였습니다. 그리고 강제 해산을 시도하고 있다는 뉴스였죠. 저는 참을 수 없었습니다.

현실이 시궁창이기 때문에 저는 시궁창으로 뛰어듭니다.

그렇습니다. 지금의 현실은 시궁창입니다. 냄새가 풀풀 나는 시궁창에서 딩굴고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청계천. 시궁창 아닙니까. 한 사람이 자신을 위해 인공 하천을 만들었고 그곳 역시 시궁창입니다. 그래서 저는 시궁창으로 향했습니다.
이 시점에 상황은 대치 상황이었고, 기동대는 버스로 집회 참가자들의 진행 방향을 모두 막고 있었습니다.

새벽 1시 반, 현재 시민들은 불법 집회를 하고 있습니다.
1시 반이 되자 기동대는 다수 철수하고 시민들은 꺼졌던 촛불을 다시 키고 종로 바닥에 앉아 연좌 시위를 시작했습니다. 이들은 단지 촛불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전하고 싶은 평범한 시민 들일 뿐입니다. 시민 들은 이후 계속 조용히 자유 발언을 하며 집회를 즐겼습니다.

현재 밤새 집회는 계속 됩니다.
지침 없이 새벽에도 이들은 함께하고 있습니다.

시민들은 모여주세요.

하지만 노트북 배터리가 떨어져 가서 잠깐 들린 피씨방. 블로그를 보다 보니 종로 피씨방에 계시다는 분들이 있었는데 어쩜 같은 피씨방이었을 지도 모르겠네요.

아침해가 밝습니다. 그러나 종로의 시민들은 떠나지 않습니다.
3시 반을 넘었지만 시민들은 전혀 피곤한 기색은 없습니다. 여전히 조용히 앉아있을 뿐입니다. 하지만 4시를 향해가던 시간. 세종로 사거리 방향에서 다수의 사복 경찰이 등장했습니다. 이들이 누구인진 나중에 알았지만 이들이 바로 체포전담조였습니다. 체포전담조를 구분하는 방법.에서 이야기한 형사들이 바로 그들입니다. 그 옆으로는 흰 머리에 뒷짐을 지고 나타난, 경찰의 높으신 양반이 왔는데 바로 이 양반이 어청수 경찰청장입니다. 옆에 청와대 홍보 수석도 있었지만 이들은 집회 현장으로 다가서지 않고 저 멀리에 있었을 뿐입니다.

새벽 네시, 경찰의 강제 해산이 시작됐습니다.
라이트를 키며 살수차와 방송차가 다가옵니다. 이렇게 라이트를 보면 이 쪽은 상대 경찰이 보이지 않고 반대로 경찰은 집회 참가자의 모습이 아주 잘 보입니다. 이때부터 경찰의 체증조가 활동합니다. 이때 시민들은 원래 바닥에 앉아 버티려 했으나, 여의치 않다는 것을 알고 자리에 일어서 방패를 든 기동대와 대치하기 시작했습니다.
기동복을 입은 기동대는 방진모를 들고 있습니다. 진압을 위한 장비를 모두 갖추고 있습니다. 이 순간 깨달았죠. 강제 해산을 시도하겠구나, 하고요.

경찰의 진압과 체포
이들은 근무복을 입었지만, 진압을 위한 대열을 모두 잡고 있었으며, 방패 역시 치고 있었습니다. 그들을 막기 위해 많은 시민들은 스크럼을 짜고 지켰습니다.
이 사진은 淸年_D를 고발한다.에서 언급한 일인데, 바로 이 놈이 한겨례 기자를 방패로 툭툭 치던 놈입니다. 카메라를 바라보는 놈 말고, 오른쪽의 시민과 마주보고 있는 놈입니다. 전의경이 모두 이런 놈만 있는 건 아닙니다만, 이런 친구를 보면 화가 납니다
새벽 4시 반을 지나 점점 날은 밝아오지만 현장은 점점 더 긴장을 더 해 갈 뿐입니다. 이렇게 계속 대치를 하던 집회 참가자들과 경찰들. 그리고 경찰들은 여경 기동대를 투입했습니다. 이것은 현장 연행을 하겠다는 신호입니다. 남자 경찰이 약간의 폭력만 행해도 문제가 없지만, 여성 경찰은 어느 정도 용인되니까요. 그걸 이용한 방법입니다. 특히 여성을 시위대에서 끌어낼 때는 남성은 손댈 수 없으니까요.
기동대원들 사이에 껴서 시민들이 연행되고 있습니다. 이들은 모두 전경 버스나 순찰 버스에 실려 서울의 여러 경찰서로 연행됐습니다.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을 알고 진중권 교수는 새벽의 자유 발언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번 집회에서 연행이 있을 것이다. 그때 묵비권을 행사하고, 변호인단이 갈 것이다." 이후 각 경찰서로 연행된 집회 참가자 들에게 변호인단이 갔더군요. 진보신당 여러분에게 감사 드립니다.

제가 이 시점에 카메라 배터리가 떨어져서 사진으로 담지 못 했습니다만, 이 시점에 기동대 1개 중대가 기동복에 방패를 들고 뛰어가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이들은 건빵 주머니에 간이소화기를 넣고 일부 대원들은 화학탄이 든 배낭을 메고 있었습니다. 이때 저는 저 혼자가 아니라 다른 부부와 함께 있었기 때문에, 몸이 불편한 그의 아내를 대피시킬 필요가 있었습니다. 혹시라도 화학탄이 터지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안되죠.
경찰들도 바보는 아닌지 화학탄을 터뜨리진 않았지만 간이소화기를 사용했습니다. 이 소화기는 별다는 위해는 없지만, 아주 차갑습니다. 순간적으로 사람을 밀어낼 수 있죠.
전경 버스로도 모잘라서 다른 미니 버스도 동원해서 연행한 집회 참가자를 태우고 있습니다. 아직 확인된 이야기는 아닙니다만, 이 연행 과정에서 경찰로부터 미란다 원칙을 고지 받지 못 하는 등의 문제가 있었다고 합니다.
이제 시민들은 인도로 쫓겨났습니다. 뜨거운 마음을 담아 여전히 자유 발언 중입니다. 이들은 이후 청계 광장으로 다시 진입을 시작합니다만, 저는 그때 이미 너무 피곤하여 집으로 향했습니다.

집에 도착해보니 8시를 넘어 9시를 향해가는 시간. 밥을 먹을 마음도 들지 않고 너무 피곤했지만, 흥분된 마음을 감출 수 없어 친구들과 전화를 하고 잠에 들었습니다. 원래 자기 전에 이 리포트를 쓰려 했지만 도저히 못 쓰겠더라고요.

여러분. 시민들의 뜨거운 마음은 이제 시작입니다. 저는 다시 시궁창을 향해 떠납니다. 시민 여러분도 함께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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