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이야기/일본어
한국어의 한글로 일본어 표기하기
Namu(南無)
2008. 3. 14. 18:41
저도 2004년에 이런 글을 쓴 적이 있었습니다. 카나에 대한 한글 표기, 나만의 가이드 라인 공개. 한글의 외래어 표기법에 대해 불만이다. 왜 이렇게 일본어에 대해서 이상하게 하는가? 그 뒤로 4년 정도 지났습니다만,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때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한국어와 일본어의 발음 관계와 한국어를 중심으로 하는 표기법을 두고 생각했을 때는 현재 외래어 표기법 문제 없다고 생각합니다.
카나에 대한 한글 표기, 나만의 가이드 라인 공개에서 제가 한 말입니다.
문제는 이 표준도 언어순화라는 명목하에 미묘한 문제를 갖고 있다. 예를 들어, 장음 표기는 모두 무시하고 단어의 첫음절에 오는 か行, た行를 가기구게고, 다지즈데도로 표기하도록 정의하고 있다.
이렇게 이야기하며, 현재 한글 맞춤법의 외래어 표기에 대해서 비판했습니다만, 이건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아니 제가 일본어는 좀 안다고 생각했을지 모르겠지만 한국어를 너무 몰랐습니다. 심지어는 일본어에 대해서도 정확히 몰랐던 거죠. 자, 이야기를 풀어보도록 하죠. 왜 그런 것인가를 말입니다.
1. 왜 장음 표기를 안하나요?
한국어에서 장음은 거의 사라져가고 있고 표기에서 사라진지 오래이며 발음을 할 때도 장음을 더 이상 하지 않는 것입니다. 요즘 제가 몇분께 일본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만, 일본어 모음은 쉬운 편이라 잘 따라오는 편입니다만, 장음! 정말 못 합니다. 장음이 아니게 되거나 또는 2음절로 발음하고 맙니다. 즉, 한국어에 있어 이미 장음은 존재하지 않으며 그에 따라 장음 표기 자체는 필요가 없습니다.
2. 첫음절에 오는 か(ka)行, た(ta)行를 가기구게고, 다지쓰데도로 발음하나요?
제가 "언어순화라는 명목"이라고 오해했습니다만, 이거 틀렸습니다. 일본어 기준에서 보았을 때 이 발음은 어절의 처음에 올 때 か(ka)行은 ㅋ나 ㄲ보다 훨씬 더 ㄱ에 가깝게 발음됩니다. 이 당시는 제가 일본어에 대해 잘 모르고, 일본어 발음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 더불어 한글로 쓰여진 그 단어를 보면서 일본어를 연상했기 때문에 원래 카나로 다시 돌려 표기할 수 있도록 한글 표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거죠. 하지만 한글 맞춤법의 외래어 표기에 대한 원칙은 원어의 발음에 기준으로 한다. 즉, '표기'가 원칙이 아니라는 거죠. 이 중요한 원칙을 잊고 있었던 겁니다. 즉, 한국어의 음가에 더 가까운 것은 か(ka)行의 경우 ㄲ 또는 ㅋ보다 ㄱ이 더 가까운 것이고, た(ta)行의 경우 ㄸ 또는 ㅌ보다 ㄷ에 더 가까운 것이었습니다. 물론 어절의 첫 음절에 올 때에 경우죠. 외래어 표기에서도 역시 첫 음절이 아닌 경우엔 다르죠.
자, 이게 바로 한글 맞춤법의 외래어 표기의 원칙입니다. 한글로 표기하여 한국어 발음으로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외래어 또는 외국어를 표기하는 것입니다. 한번 한글 맞춤법의 외래어 표기법을 살펴보죠.
제1항 외래어는 국어의 현용 24 자모만으로 적는다.
제2항 외래어의 1음운은 원칙적으로 1기호로 적는다.
제3항 받침에는 'ㄱ, ㄴ, ㄹ, ㅁ, ㅂ, ㅅ, ㅇ'만을 쓴다.
제4항 파열음 표기에는 된소리를 쓰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제5항 이미 굳어진 외래어는 관용을 존중하되, 그 범위와 용례는 따로 정한다.
외래어 표기법(문교부 고시 제85-11호) 중 제2장 표기 일람표의 표 4 일본어의 가나와 한글 대조표를 보도록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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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 방식은 원래 일본어를 알고 있는 사람에겐 거부감이 생길 수 있습니다. 왜? 일본어를 배운 사람은 어두에 오는 か(ka)行을 구분할 수 있으니까요. か(ka)와 が(ga)를 구분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것은 한국어를 기준으로 하는 게 아니고 한글로 표기했을 때 일본어의 글자인 かな(kana)로 다시 고칠 수 있고 일본어의 감각으로 바로 이해할 수 있기를 원하기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실제 일본어의 장음과 어두에서의 발음 변화를 잘 모르는 사람에게 정확한 발음으로 해보니 구분을 못 하더라 이겁니다. 왜? 한국인의 귀에는 그렇게 들리니까요.
물론, 일본어를 할 줄 알고 일본어를 공부하는 이들에게는 이 외래어 표기법에 거부감이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저 역시 거부감이 있어서 이렇게 개발새발 블로그에 글을 쓸 때는 맞춰서 쓸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고 지멋대로입니다. 하지만 언론에서 표기할 때는 정확한 맞춤법을 써야하고 그것을 보는 사람은 일본어'도' 할 줄 아는 한국인이 아니라 한국어를 할 줄 아는 한국인을 기준으로 하는 게 옳지 않겠습니까?
자, 그리고 여기까지가 원론적인 이야기이고, 天照帝님이 ...괜찮은 거야 현행 일본어 표기법?에서 이야기한 것에 대해서 반론을 이야기해보자 합니다.
저건 오도리가 아니고 오오토오리오오도오리잖아요 T_T;
장음표기 무시부터가 참 난감하기 짝이 없지만, 대체 청음을 탁음으로 바꿔서 표기하는 건 어느 머리에서 나온 규정이래.
(게다가 단어 첫머리라면 이해하겠지만 그것도 아니고)
大通り는 おおとおり(oodouri)로 읽지 않습니다. 사전에서 찾아보시길 바랍니다. 저도 긴가 민가해서 "일본어로 大通り는 おおとおり보다 おおどおり로 더 많이 씁니다."라고 글을 덜았습니다만 틀렸습니다. 긴가민가할 때는 검색해 봐야하는 걸 깜빡했네요. 물론, 구어에서야 조금 틀리도 괜찮겠지만요.
저러니 오오오쿠(おおおく=大奥)가 오오쿠(お奥)가 돼 버리지. -_-;
만에 하나 요코하마에 '진짜로' 日本踊り 거리가 日本大通り말고 따로 있다거나, 은각사 얘기를 하느라고 긴가쿠지라고 써 놨는데 읽는 사람은 내내 금각사 생각을 하면서 의아해 한다거나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그것도 그냥 한국사람 보라고 한국어로 쓰는 거니까 옳은 일인가요.
이것이 제가 이야기한 '일본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가지는 거부감'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한글로 표기한 것을 다시 카나로 되돌려서 인식할 수 있기를 바라는 거죠. 원래 외국어에서는 다른 발음인데 한글로 표기해놓고 보니 동음 이의어가 되더라, 그러므로 구분할 수 있게 쓰자, 옳은 이야기 같습니다만, 이것이 의미 있는 건 일본어를 ㅁ할 줄 아는 사람에게나 의미가 있죠. 일본어 하나도 모르는데, 그게 어떻게 구분 되겠습니까? 앞서 제가 예시로 들었지만 일본어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는 사람이거나 또는 일본어 발음을 정확하게 구사하지 못 하시는 분께 きんかくじ(kinkakuji)를 들려주면 킨가쿠지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들 긴가쿠지라 듣죠. 이거이거 어쩌죠 구분이 안가는데. 하지만 우리의 외래어 표기법은 '일본어의 표기'를 기준으로 하는 게 아니라 '발음'으로 하므로 그 원칙에 적절한 것입니다. 하지만 일본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은 한글로 '긴카쿠지'라고 쓴 것으로 일본어의 ぎんかくじ(ginkakuji)=銀閣寺를 연상하므로 의아해 하는 거죠. 한국어를 하는 사람에게는 그냥 '동음이의어'인 겁니다. 왜? 발음이 비슷하니까요 한국어 기준에서.
하지만 일본어를 할 줄 알고 이해하는 사람에게는 이 표기가 참 어색합니다. 딱 읽고 일본어로 바로 연결되지 않을 수 있으니까요. "kinkakuji와 ginkakuji를 예로 드시면서 두 개가 구분이 안간다 어떻게 하냐?"라고 그런 상황을 생각하게 됩니다. 하지만 한국인 기준에선 그냥 동음이의어일 뿐입니다. 수 많은 동음이의어일 뿐인데 일본어에 대해 일본어 기준으로 예외를 삼는 거 자체가 이상한 거죠.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한국어에 있어 한글 맞춤법은 어디까지나 한국어 기준이어야 하고, 외래어 표기법 역시 한국어 기준이어야 한다고요. 그리고 현재 외래어 표기법은 그 원칙을 아주 잘 지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일본어로 이해하기 쉽도록 표기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만, 잘못 생각했었습니다. 발음에 대해서도 잘 몰랐고 일본어 기준으로 생각했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제 생각을 다시 밝히고자 합니다.
이 글을 쓰면서 전에 썼던 글인 카나에 대한 한글 표기, 나만의 가이드 라인 공개을 지워버리고 그에 대해 없었던 일인 것처럼 넘어갈까 했지만, 그건 옳지 않은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잘못 생각했었다면 그걸 인정하고 제 생각을 바로잡음이 옳다 생각하여 삭제하지 않고 잘못 생각했다고 함께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