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주제/개인

시간을 달리는 안경(時をかけるメガネ)

Namu(南無) 2007. 9. 7. 12:50
어제, 아니 이제는 그저께 있었던 일입니다.

비도 오겠다 친구와 가볍게 반주를 함께 하며 저녁을 먹고 147번을 타고 집으로 돌아오던 길이었습니다. 그러다 학동역에서 아는 사람을 우연히 만나고 다음주에 만날 약속을 잡은 다음 버스는 압구정을 지나 동호대교를 건너 터널을 지나고 있었습니다. 시간 대가 그리 늦진 않지만 퇴근 시간은 지난 다음이라 창문을 열고 상쾌한 바람을 맞으며 버스를 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머리를 넘기며 안경을 바로 잡으려는 저는 시간을 나는 소녀, 아니 하늘을 나는 안경을 보고 말았습니다. 제 안경은 제 얼굴을 가리던 역할을 벗어던지고 열려있는 창 밖으로 날라간 것입니다. 마치 슬로우 모션처럼 제 눈 앞을 지나가더군요. 아놔! 이게 왠 어이없는 일이란 말입니까.

하늘을 날아간 안경은 아까웠습니다. 근 1년 정도 낀 안경이었는데요. 하지만 별 수 없었죠. 게다가 살짝 흐릿한 느낌도 들고 테도 낡았으니까, 그렇게 자기합리화를 하며 안경점을 찾았습니다. 그래서 새로 맞춘 안경입니다.
전에 쓰던 안경은 투명 코팅이 되어 있어 미끈한 느낌이 들었지만 대신 테 위에 올려진 코팅이 살짝 벗겨져 지저분하기도 했거든요. 이번 안경은 보다시피 반광의 금속 재질로 코팅되어 있고 테가 무척 가벼워서 좋습니다. 그리고 딱 얼굴에 맞으면서 누르는 느낌이 없어서 더 좋네요. 저는 뒷통수가 얼굴에 비해 과하게 큰 편이라 테를 좌우로 크게 벌리지 않으면 귀 주변에 눌려 아픈데 이건 그런 감도 없고 자연스럽습니다.

뜻하지 않게 과한 지름을 하게 되었지만, 만족스럽네요. 게다가 몇번 동안 반테만 쓰고 다녔는데 풀사이즈 테는 오랜만이라 더욱 신선하군요. 회사 사람들도 안경이 확 달라져서 금새 알아차리더군요. 그럼 뭐합니까 원판 불변의 법칙이 있는데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