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야기

어렸을 때 기억

Namu(南無) 2007. 5. 23. 00:13
어렸을 때 기억 중 가장 생생한 것 중 하나는, 제가 TV를 보며 열광하며 소리친 것입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빠돌이 기질이 강했던 것입니다. 이야기를 거슬러가보자면 아마도 중학생 때. 떄는 연휴로 할머니 댁에 갔었을 떄였습니다. 평범한 연휴였죠. 언제나 그럴 때면 할머니 댁에 가서 딩굴거리면서 놀고 TV 보고 말이죠. 할아버지는 스모를 좋아하셔서 언제나 스모 경기를 보셨습니다. 제 일빠의 특성은 핏줄인 겁니다! 할아버지 나빠효~

언제나 가면 할아버지의 서고에서 책을 꺼내보곤 했지만 너무 어려웠습니다. 영어, 일본어로 된 책이 넘실거리고 한국어로 된 책 조차 중딩인 제가 보기엔 한자 난무에 어려웠죠. 그럴 때 TV는 즐거운 놀이도구였습니다. 지금이면 컴퓨터 붙잡고 웹 서핑 하고 놀겠지만 그때는 놀거리라곤 TV 뿐이죠.

그때 저는 TV를 보다가 어떤 장면을 보고 열광하며 소리치고 말았습니다. 가족들 뿐 아니라 모든 친지들이 놀랄 정도로. 그 이유는 대학가요제 대상으로 "무한궤도"가 이름을 올릴 때였죠. 마침 그때는 제가 음악에 눈을 뜨면서 여러 음악을 접하던 떄였고 동물원에 심취해있던 떄였는데 점점 강렬한 비트를 원하던 떄였습니다. 하지만 주변에서 한국어로 된 것은 없었고 영어는 어렵고. 그럴 때 대학 가요제는 제게 가뭄의 단비와 같았죠. 그리고, 동상, 은상 발표할 때까지 이름이 없길래 "아~ 수상 못 하는구나"하고 체념했던 그 순간이었으니까요.

무언가 순위를 정하는 게 얼마나 무의미한지는 나중에는 꺠달았지만 그때는 자신이 응원하는 그것이 높은 순위라는 것만으로 대리 만족을 얻을 수 있었죠. 그게 빠돌이 마음 아니겠습니까. 억지로 엽서 보내서 1 등 만드는 그 마음. 대리만족이죠.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별거 아닌 에피소드입니다만, 여전히 제가 음악을 즐기고 음악과 함께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그떄 그 순간에 있었기 떄문에 아직도 기억에 남는 순간입니다. 이런 어렸을 때 기억은 정말 오래 남는 것 같습니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니까요.

...아 이런... 나이가 뽀록나 버렸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