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이야기/식당 방문

오늘 하루 된장남이 되어 보자!

Namu(南無) 2007. 2. 18. 14:05
이미 몇주 전 일입니다만, 매번 삼겹살에 소주로 범벅이된 고추장남의 생활을 하다 한번 저도 된장남이 되보고 싶었습니다. 거창한 마음을 갖고 신촌으로 발길을 향했죠.

점심으로 먹은 2월에 폐점한다는 아지바코의 라멘. 포인트 여전히 적립됩니다. 남은 포인트 도장 아지바코 자리에 생기는 후속 가게에서 이어준답니다. 저는 포인트 써야 음료 나오고 라면 나오는 줄 알았는데 그 포인트 채울 때마다 공짜더군요. 그래서 음료 하나는 공짜로 마셨습니다. 점심으로 먹으러 가서 레몬 사와를 시켰더니 '그거 술인데요...' 하며 머뭇거리는 점원. 알고 있습니다. 설마 그걸 모를까봐요. 여튼 된장남 답게 점심엔 라면으로 시작!

그러나, 오늘의 된장남의 주 목표로 일본 싸구려 음식인 라멘은 아니죠. 아! 라멘이 싸구려라 나쁘다는 건 아닙니다. 싸구려도 좋은 거죠. 어쨌든 된장남 답게 유럽 음식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애인의 손을 잡고 홍대로 ㄱㄱㅆ!

도착한 곳은 엘쁠라또. 스페인어로 '접시' 영어로는 아마 'a plate'겠죠. 식도락으로 유명한 gundown님의 블로그에서 [엘 쁠라또 el plato] 숨은 맛집라는 글을 보고 가기로 한 곳입니다.

자리를 잡고 주문하려고 주위를 돌아보니, 옆 테이블 남녀가 재미있게 앉아있습니다. 보통은 작은 테이블에 두 명이 마주보고 앉을텐데, 이 쪽은 작은 테이블 2개를 붙여놓고 모두 벽 쪽에 앉아있습니다. 보긴 좋아보이는데, 제가 벽을 보고 앉아있어서 부담스럽습니다. 너무 다정해서 좋아보이긴 했는데~ 크~ 자리가 있었으면 저도 그렇게 앉고 싶긴 했습니다.

자, 저는 건다운님만큼 식도락은 아니고 식탐이기 때문에 많이 먹을 뿐입니다. 별다른 평가는 없죠. 그럼, 시작해볼까요?
우선 식전주로 상그리아부터 한 잔씩. 레드와 화이트 한 잔씩입니다. 와인에 쥬스와 레몬을 넣은 스페인의 전통 칵테일입니다. 저는 화이트가 훨씬 맛있더군요. 레드는 너무 달아서. 전 단 술 보다는 씁쓸한 sweet 보다 dry를 선호합니다. 이건 언제나 이어지죠. 먹는 것부터 마시는 것까지 모두.

식전 주를 가볍게 마시면서 만족스럽게 얼굴이 살짝 빨개지니 빵이 좀 나옵니다. 신선하게 갈은 토마토가 얹어 있어서 괜찮습니다.

그 다음으로 식전에 가볍게 단백질은 먹어줘야죠? 참치 스테이크입니다.
사진엔 가디쉬가 저렇게 되어있지만 실은 저 위 좀 더 얹혀있습니다.
이렇게 말이죠. 바삭바삭 튀긴 파스타와 함께 살살 흘러나온 소스를 함께 먹으면 너무 맛있어서 가디쉬까지 몽창 다 깨끗하게 비웠습니다.

상그리아를 다 비울 때쯤 주문한 빠에야가 나오네요. 이 집에 주력 메뉴인 빠에야입니다.
함께 주문한 해산물 빠에야와 먹물 빠에야입니다. 해산물 빠에야에는 새우, 조개 등이 중심으로 샤프란의 향미를 느낄 수 있고 먹물 빠에야는 새우, 조개를 기본으로 하는 해산물 빠에야에 오징어와 먹물을 넣어서 독특함이 더 돋보입니다. 저나 애인이나 이 쪽에 손을 들어줬습니다. 그런데 이런 맛있는 걸 맨입에 먹긴 그렇죠? 평범하게 와인을 먹어주려다가 스페인이고 하니 셰리를 마시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시킨 이노쎈떼 피노 셰리입니다. 보다시피 병 크기는 작죠. 500ml 정도로 작은 병입니다. 하지만 15도나 되기 때문에 아주 적절한 도수를 자랑하네요. 여자친구는 한 잔만 맛을 보더니 취기가 오른다면서 그만하고 그 뒤엔 산 미구엘 생맥주로 목을 축이고 저 혼자 홀짝 홀짝. 너무 맛있습니다. 가격도 나쁘지 않고. 방콕의 바에서 마셨던 셰리는 달달해서 한 잔 이상 마시기 싫었는데 이건 계속 마시게 됩니다. 어지간하면 혼자 마시기 뭐해서 식사를 마치고 더 마시진 않을까 했지만 술이 음식을 부르는군요.

안주를 몇개 더 시키기로 했습니다.
엔쵸비 몬따디또스. 바게뜨에 엔쵸비를 얹고 올리브를 끼얹은 간단한 음식입니다. 엔쵸비의 비릿한 향이 우와 죽습니다. 술 잘잘 들어갑니다.
그 다음은 하몽 크로켓. 하몽이 잘게 썰려있는 감자 크로켓입니다. 간도 맛고 역시 달달하지 않아서 좋습니다. 안주로 술술 넘어가네요. 양이 많았다면 배가 불러도 더 먹었을 겁니다.

자, 이렇게 해서 모든 식사도 끝나고 술도 끝나고 하니 배도 불러요, 술도 마셨어요 행복하기 그지 없네요. 다만, 불행히도 완벽한 된장남은 되지 못 했습니다. 식사가 나오면 먹기보다는 사진을 찍는 경지가 되진 못 했거든요. 홈페이지에 가보시면 아시겠지만 이 사진들은 엘쁠라또 홈페이지의 사진들입니다. 제가 직접 찍은 사진이 아니지요.

이리하려 저는 100% 된장남이 되는데 실패했습니다.
그런고로 다음에는 프랑스 요리로 100% 된장남에 도전해 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