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이야기/주류

곡주와 과실주는 섞어 마시지 말지어다.

Namu(南無) 2006. 12. 27. 18:20
어제였습니다. 회사 분과 함께 골뱅이와 소주를 개눈 감추듯 먹었습니다. 골뱅이 맛있죠. 큼직하게 썰어서 나와서 좋답니다. 거기에 넘치는 파와 함께 오뎅에 계란 말이... 크아 미칩니다. 곡주(=소주)와 골뱅이 아주 잘 어울립니다. 골뱅이는 맥주에도 소주에도 잘 어울리는 해산물이죠. 보통 골뱅이는 오이채 면 사리 등하고 안주로 나옵니다만, 그건 양을 불리기 위한 것일 뿐 맛은 없죠. 양념을 한 채 썬 파와 함께 먹는 게 가장 맛있습니다. 물론 사리도 좋습니다만. 을지로 골뱅이 골목이 유명합니다만 회사 끝나고 가기엔 멀고 하니, 사무실 근처의 가게로 간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골뱅이를 드셔본 적이 없다면 찾아가보시는 것도 좋을 듯 하네요. 을지로 3가 전철역에서 내려서 12번 출구로 나와 하나은행 중부지점 바로 뒷골목입니다. 가격도 저렴한 편이죠. 보통 이런 골뱅이 전문점에는 채썬 파에 골뱅이를 올려놓고 계란 말이와 오뎅탕을 함께 먹습니다. 스팸 같은 걸 사리로 추가해서 먹기도 하죠.

회사 분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서로 성토하는, 비판 시간을 가졌습니다. 제가 어려서 주로 제가 당하는 입장이었지만요. 좀 더 잘해보자? 서로의 역할? 뭐 이런 저런 이야기였죠. 뭐 그런 이야기는 별로 중요하지 않죠. 중요한 건 곡주와 과실주 이야기!

문제는 이런 1차로 멈췄어야 했는데, 삘이 받은 나머지 과실주를 마시러 가자고 했습니다. 와인 말이죠. 가끔 회식 때 들리던 와인 바에 갔습니다. 가볍게 둘이서 한 병 마셔주고 치즈를 먹었는데 이거 안좋네요. 소주 가득 부어주고 뱃속에 또 와인 부어주니 이거 작용이 환상적이더라 이겁니다. 맛있고 좋다가 아니라 취기도 금새 오르더라 이거죠. 덕분에 마신 술의 양보다 훨씬 취했습니다. 으... 아무래도 다음에 그 바를 찾을 때는 딴 거 안마시고 가봐야겠네요. 매번 2차나 3차로 가서 제대로 즐기질 못 했습니다. 머 꼭 와인을 그렇게 위해줄 필욘 없으나, 한번쯤 그래보는 것도 좋을 듯 해서요.

그리고 다음날인 오늘. 아무리 이를 닦고 입을 헹궈도 입에서 시큼한 치즈 냄새가 가시지 않는 느낌이 들고, 멍~하더군요. 골 아프거나 그렇진 않지만요. 이제는 거의 가셨지만 이거 밖에 안먹고 이렇게 상태가 안좋아지는 건 드문 일인 거 같습니다. 뭐, 와인 1병을 둘이서 먹은 것도 적게 마신 게 아니라고 하면 할 말이 없지만요.

그래서 어제 얻은 교훈.

"곡주와 과실주는 섞어 마시지 말지어다."

앞으로는 과실주를 먼저 마시고 곡주 마시러 갈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