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이야기/식당 방문

키쿠(菊)를 찾아가다, 그리고 한강의 괴물을 보다

Namu(南無) 2006. 8. 16. 09:53
우선 총평. 이 정도로 맛난 네타로 스시 먹어줄 수 있는 곳은 드뭅니다. 굳입니다.

8월 15일 광복절. 누구는 진쟈에 가서 참배한다는데 전 관심 없고, 조용히 마음 속으로만 기원하기로 해주고 파렴치하게도 여자 친구와 맛있는 점심을 먹고 재미있는 영화를 보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은 키쿠에서 스시를 주섬 주섬 먹어주고, 용산 CGV에서 괴물을 보는 거였죠.

우선 1시 좀 넘어서 용산 도착. 딱 건물에 들어서자 마자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군요.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습니다만. 근 몇년 동안 영화라곤 사무실 근처인 메가박스에서만 봐서 다른 영화관 가본 것 자체가 처음이었습니다! 게다가 용산! 전자상가는 가끔 갔었는데 용산역은 정말 오랫만이었습니다. 백화점도 생긴다고 하고 이마트도 있고 이것저것 잔뜩 있더군요. 도착해서 표를 예매하러. 미리 예매했으면 좋았지만 까먹었었습니다. 어차피 점심 먹어야 하니 그 전에 시간도 있겠다 미리 와서 예매하러 왔습니다. 그래서 표를 예매했는데 시간을 고민하다 "큰 상영관이 어딥니까?" "똑같습니다" 아씨... 아니란 거 아는데 속는 셈 치고 그냥 티켓을 끊었는데 결국 속았다는 게 나중에 판명됩니다. 쓰불 CGV 안가. 표를 예매하고 택시를 잡고 이촌동으로. 으어 여기서 정말 바보 같은 짓을 합니다. 일어나자마자 용산으로 달려온 것이라 상태가 안좋았던 것입니다. 괜히 짜증도 내고 헛간 길로 가고 한참 걸어서 가게 됩니다. 그냥 평소 알던데로 금강 아산 병원 갔으면 되는데 말이죠. 예전에 집 근처에서 버스 타고 38번 타면 도착했던 그 종점입니다. 지금은 149번이 다니더군요. 한번 갈아타야 하는 곳이 됐습니다.

점심 시간은 약간 지난 다음이라 사람이 없...진 않고 많더군요. 주방장 앞에 앉아서 주섬주섬 먹기 시작했습니다. 역시 스시는 먹는 양이 감이 안잡히더군요. 인상적으로 기억에 남는 건 게, 성게, 초고등어 정도였습니다. 나머지도 뭐 맛있었지만 기억력이 나쁠 뿐입니다. 뽑아보면 다 기억 나겠지만 뭐어 이 정도로. 맛있게 먹어주고 뱃가죽에 기름칠도 해줬겠다, 커피를 한잔 마시러 바로 키쿠 건너편에 있는 카페에 갔습니다. 저는 마끼아또와 여자친구는 라떼. 마끼아또 시키면 "정말 그거요?"라고 안물어서 다행입니다. 에스프레소나 마끼아또 시키면 희안하게 생각한단 말야. 장난하냐? 장난하냐?

대충 빗길을 우산 쓰고 걸어주다가 다시 용산으로 컴백했습니다.

영화에 대해서는, 봉 감독 와우 심취한 거 맞는 거 같습니다. 고아성 예쁩니다. 두나 횽하 최곱니다. 웃으며 울면서 화내며 봤습니다. 의도한 대로 블랙 코메디 맞는 거 같습니다. 괴물 영화도 맞았습니다. 놀라는 장면 나올 때마다 여자 친구가 손톱으로 꼬집어 대서 팔뚝이 벌겋습니다. 손해 보상 청구하렵니다. 봉 감독에게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