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이야기/국가보안법

박정근 유죄 판결, 국보법은 리트윗을 범죄로 처단한다.

Namu(南無) 2012. 11. 22. 22:24

2012년 11월 21일 수요일. 9시 40분에 수원지방법원에서 한 사건의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사건번호 2012고단324. 피고는 박정근. 그는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경기지방경찰청 보안수사대의 수사를 받고 수원지방검찰의 기소로 형사법정에 서게 되었습니다.

판결은 유죄. 일부 무죄 판결이 나오긴 했습니다만, 형사3단독 신진우 판사는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였습니다. 검찰이 주장한 죄명은 거의 대부분 인정되었으며 박정근과 변호인이 주장한 논지는 판사에 의해 거의 무시되었습니다.

법정을 나서는 박정근

10시 10분경 선고 판결이라 바로 끝났습니다. 참석인 확인하고 판사의 선고문 낭독만 있을 뿐이니까요. 법정 출구에 서서 박정근을 기다리고 있으니 그가 문을 열고 나왔습니다.

박정근이 나오자 여러 카메라가 플래시를 터뜨렸습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외신 기자가 관심을 갖고 취재에 임하였다는 것입니다. 트위터가 해외에서도 많이 쓰는 서비스이고, 리트윗에 의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국가 판결은 최초이라 더욱 그랬던 것 같습니다. 저도 카메라를 들고 기다리는데 지나가던 분들이 “무슨 사건인데 이래요?”라고 묻더군요. 박정근이 그러더군요. “미투데이에서 그랬으면 이렇게 외신이 왔겠어요?” 씁쓸한 말입니다.

KBS의 인터뷰인데 실제 방송으로 나가진 않은 듯 합니다. 짤막한 기사만 나왔습니다.

법원 “북한 찬양 글, 장난 인용도 국보법 위반” / KBS
북한 ‘우리민족끼리’ 글 ‘리트윗’ 박정근씨 유죄 논란 / 한겨레
북한 '우리민족끼리' 글 리트윗한 박정근 씨, 유죄 판결 / 프레시안

여러 언론에서도 이미 보도된 바가 있습니다. 시사IN의 기자분도 오셨던 거 같은데 아직 시사IN에는 따로 기사가 나가진 않은 것 같습니다.

표현의 자유, 그리고 국가보안법

국가보안법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제가 이미 여러 번 지적한 적이 있어 더 이야기하는 것조차 입이 따가울 정도입니다. 하지만 이와 같이 트위터 상의 표현을 문제시 삼은 것은 박정근의 사건이 최초입니다.

국가보안법 그 폐지의 이유 PartⅠ
국가보안법 그 폐지의 이유 PartⅡ
국가보안법 그 폐지의 이유 PartⅢ

국가보안법을 왜 폐지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이미 언급한 바가 있으므로 위 글을 통해 대신합니다.

판사는 판결문에서 “리트윗하고 일부 스스로 작성한 게시물의 내용과 동기, 정황 등을 고려할 때 반국가단체활동에 호응하고 가세한 점이 인정된다""트위터가 사적인 성격을 갖지만 불특정다수의 접근을 막을 수 없고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에 단순히 사적 의사소통으로 한정할 수 없다”라고 밝혔습니다. 공판 내내 박정근과 변호인은 북조선의 체제를 비웃고 비판한 트윗이라는 것을 주장하였지만 판사는 그 점을 무시하고 동기를 위와 같이 정하였습니다. 다른 사람의 마음 속을 알 수 있는 판사. 다른 이의 동기를 알 수 있는 국가보안법. 이것이 이 법의 실체이며 표현의 자유를 막게 되는 이유입니다. 더불어 트위터에 대한 정의도 무섭습니다. 개인적인 공간임을 인정함에도 사적인 의사소통만이 아니란 이유로 그 죄를 씌운 것입니다.

즉, 판사는 “박정근의 리트윗과 트윗은 북조선에 호응한 것이며, 트윗은 파급효과가 크다”라는 논지로 유죄를 판결한 것입니다.

이에 대하여 박정근의 변호인 이민석 변호사는 11월 22일 항소장을 제출하였습니다.

제2, 제3의 박정근은 이어진다

박정근은 진보신당연대회의의 당원입니다. 이전 사회당 당원이었을 때부터 두리반, 명동 제3재개발 지구 등에서 활동을 해왔습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국가보안법의 철퇴는 박정근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권용석 씨에 대한 국가보안법 탄압을 중단하라
김정도 당원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자택 압수수색 상황정리

2012년 4월 26일 역시 진보신당연대회의의 당원인 야우리가 압수수색을 당했습니다. 10월 23일 김정도 당원이 압수수색을 당하고 25일 대공분실에서 조사를 받았습니다. 이 세가지 국가보안법 사건의 공통점은 철거 지역, 학내 등에서 활동하는 사람이란 것, 트위터의 트윗을 문제시 삼은 것, 진보신당연대회의 당원이란 것. 저 역시 진보신당연대회의의 당원입니다만, 박정근의 공소장 중의 증거로 제시된 리트윗 중에서는 제가 트윗한 것도 포함되어 있어 깜짝 놀랐습니다.

국가보안법은 표현을 억압하는 법이며, 그 대상은 저도 당신도 누가 될 수 있습니다. 그 동기나 의도는 법원이 판결합니다. 당신의 의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것이 국가보안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