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부스탁, 서울대가 총장실을 점거하는 방법
서울대학교가 최근 시끄럽습니다. 서울대를 법인화하려는 정부와 학교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서울대 노동자와 학생들은 대화를 풀자고 꾸준히 요청해 왔습니다. 하지만 묵묵 부답의 서울대. 그럴 땐 별 수 없습니다. 대화를 하지 않으면 점거해야죠.
서울대 학생들은 5월 31일 비상총회를 열었습니다. 트위터의 시간 줄에서 보고 있던 저는 그게 성사되기 어렵지 않나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비상총회를 열었습니다. 정족수를 채운 것이죠. 그리고 바로 그날 결단했습니다. “총장실을 점거하자!” 2011년 5월 31일 밤, 학생들은 총장실 및 서울대 본부를 점거했습니다. 서울대 총장실 학생 점거라니, 그리운 듯 하면서 낯선 표현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여기서 한발 더 나가서 즐거운 방법으로 자신들을 표현하기 시작합니다.
음악이 함께 하는 총장실 점거
UV가 부른 “이태원 프리덤”을 패러디한 총장실 프리덤으로 웃음을 선사하였습니다. 가사부터 뮤직 비디오까지 모두 맞춘 총장실 프리덤.
여기에는 슬픈 뉴스가 함께 합니다.
서울대(총장 오연천)가 인터넷 포털 3사에 법인화 반대 패러디 동영상 ‘총장실 프리덤’(사진)의 삭제를 요청해 논란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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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과 에스케이커뮤니케이션즈는 학교가 지목한 30여개 게시물에 대해 임시 접근차단 조처(임시조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엔에이치엔 쪽은 “서울대가 지적한 내용만으로는 명예훼손 여부를 판단할 수 없어, 추가 소명자료를 제시하라고 요구했다”며 “임시조치는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나지원 서울대 법무팀장은 “노랫말이 학교 명예를 훼손시키는 부분이 많아 게시물 삭제 요청을 했다”며 “일반인이 보기엔 유쾌하지만, 총장실 점거 중간에 촬영해 (여론을 호도하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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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정 이충신 기자 saram@hani.co.kr
무조건 명예훼손을 이야기합니다. 누구를 명예훼손하자는 것인가요? 한국 사회는 이 정도 웃음도 참지 못 할 정도로 인내심이 부족한 것인지. 아, 한국 사회가 아니죠. 바로 서울대 총장님만 그런 인내심이 없는 것이겠죠. 서울대 총장의 품격을 잘 보여주고 계십니다.
한국 최초의 “락 페스티벌 시위”
자, 여기서 끝났으면 그냥 그저 그런 패러디 영상으로 끝났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서울대 학생들은 한 걸음 더 나가서 서울대 본부에서 공연을 가장한 집회를 열기로 합니다. 바로 “본부스탁”입니다. 우드스탁을 따라 한 본부스탁인 것입니다.
'서울대학교 법인화 설립준비위원회' 해체를 촉구하는 본부점거 락페스티벌!
짓밟힌 절차적 민주주의와 학생들의 권리, 그리고 반지성의 전당이 되어버린 서울대의 상황을 걱정하는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6월 17/18일 금/토 양일 6시부터, 서울대학교 행정본부 앞 총장잔디에서 개최.
서울대 본부 앞에서 오늘부터 내일까지 서울대학교 행정본부 앞 총장잔디에서 열립니다.
당연히 무료 관람.
관악노래패협의회, SNUV를 비롯하여 회기동 단편선, 하헌진, 밤섬해적단, 술탄 오브 더 디스코, 눈뜨고 코베인 등 28개 팀이 참가합니다. 말 그대로 “한국 최초 락 페스티벌 시위”라 할 수 있습니다.
“총장 잔디”에 얽힌 슬픈 전설
그런데 서울대 본부 앞 잔디밭이 아니라 “총장 잔디”라 불리는 것은 이유가 있습니다. 학생들이 본부 앞 잔디밭에 있을 때 총장님이 화를 내셨다고 합니다. “왜 내 잔디밭에서…” 라고 말입니다. 그래서 그 뒤로 그 잔디밭은 총장잔디라 불리며 아무도 출입할 수 없는 곳이 되었습니다. 학교는 학생의 것이건만, 총장님은 그걸 용납할 수 없는 인내심 없는 사람인가 봅니다.
6월 16일 교통 통제된 오늘 상황에 대해 공식 정리하겠습니다.
게다가 서울대는 나서서 셔틀버스로 성벽을 쌓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정문에서 멋대로 차량검열까지 하고 있습니다. 웃기지도 않는 상황인 것이죠. 그런 권한 어디에도 없습니다. 엿이다 쳐드십시오. 서울대 학생들은 이 산성을 “경륜산성”이라고 부르더군요. 경륜이 없는 학생들은 서울대 법인화에 논의할 자격이 없다고 총장님이 말씀하신 것에서 유래한다고 합니다. 참으로 총장님의 어록에 손발이 퇴갤하고 정신이 안드로메다로 떠납니다.
본부스탁으로 모여라!
하지만 본부스탁 공식 블로그에 따르면 이와 같은 방해에도 불구하고 모든 장비 설치가 끝나고 이제 준비가 되었다고 합니다.
현재 상황은 서울대 정문과 후문에서 청원경찰이 학내로 진입하는 대형 차량에 대해 검문 중이며, 본부로 올라가는 길목을 셔틀버스로 막아서 서울대 안을 관통하는 버스가 제대로 다니고 있지 못 합니다.
찾아가실 때는 이 지도를 보고 찾아가시면 될 거 같습니다. 아, 그리고 여기서 한가지 주의사항(?)이 있습니다. 본부스탁에서는 술을 팔지 않는다고 합니다. 원래 페스티벌하면 술입니다만, 술은 본부스탁 주최측에서 판매하지 않기로 하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술은 팔지 않지만 가져와서 마시는 것은 막지 않기로. 사실 막을 수도 없겠습니다만… 마치 이것은 한국이 보았을 땐 사과이고 북한이 보았을 땐 사과가 아닌, 그런 것이 생각납니다. 다만, 공연장 내에서는 금지라고 합니다. 방금 뜬 본부스탁 공지사항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자, 오늘 오후에 시작될 본부스탁. 모두 함께 즐겨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