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이야기/원자력과 핵

위험한 핵 대신 느릅나무 춤을 모두 다 함께

Namu(南無) 2011. 3. 23. 21:54

3월 11일 일본 토호쿠 지방 태평양 연안 대지진이 발생하였습니다. 매그니튜드 9.0의 대지진이었습니다. 이 지진과 함께 발생한 해일로 많은 이들이 피해를 입었습니다만, 그것이 끝이 아닙니다. 그와 함께 후쿠시마 지방을 덮친 지진과 해일로 후쿠시마 제1핵 발전소에 사고가 발생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위험한 핵을 반대하고 평화를 기원하자는 모임이 지난주 3월 19일 토요일 늦은 8시에 청계천 모전교에 있었습니다

평화의 상징. 그리고 종이학. 종이학이 왜 평화와 핵 반대의 상징인지 아십니까? 그것은 히로시마 핵 폭탄 피해자였던 한 어린 아이의 이야기로부터 유래합니다.

사다코와 천 마리 종이학

히로시마 핵 폭탄 투하로 폭심지에서 1.7km 떨어진 집에서 방사능에 오염된 비에 의해 피폭한 한 소녀가 있었습니다. 그녀는 바로 사사키 사다코. 2살 때 피폭하여 큰 문제 없이 컸으나, 13살 때 갑자기 몸에 이상이 생겼습니다. 검사 결과 백혈병이란 것이 판명되어 그녀는 1년의 수명을 선고 받게 됩니다. 그런 그녀가 자신의 삶의 희망을 위해 접기 시작한 종이학. 천 마리 종이학을 접으면 오래 살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그녀는 천 마리의 종이학을 접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희망과는 달리 그녀는 세상을 뜨게 됩니다.

그녀의 죽음을 들은 많은 일본인들은 그녀의 죽음을 추모하며 종이학을 접었고 그것이 이어져 핵에 반대하는 이들은 그 상징으로 종이학을 접습니다.

청계천을 수놓은 종이학

저녁 8시를 기해서 모임을 준비한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저는 이전에 다른 토론회가 있어 늦게 도착했는데 자리를 깔고 주변을 지나가는 시민들과 함께 종이학을 접고 있었습니다.

어르신 들도, 젊은 연인도, 아이도. 모두 앉아서 종이학을 접습니다.



저는 호응이 없고 너무 썰렁한 행사가 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의외로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학을 함께 접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사진을 정리하고 글을 쓰다 생각해보니 저는 종이학을 접지 않았다는 것이 생각 났습니다. 그것도 내가 접은 종이학은 어디 있을까? 찾다가 기억났다니. 거참…

느릅나무 춤을 모두 다 함께

느릅나무 춤(Elm Dance)는 체르노빌 핵 발전소 사고를 기리기 위한 춤입니다. 1986년 4월 26일, 소련 체르노빌 핵 발전소에서 최악의 핵사고가 발생하였습니다. 이때 사람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핵구름을 인공적으로 만들어 느릅나무 숲으로 옮겨 그 숲에 핵 방사능의 비를 내리게 하였습니다. 그래서 사람대신 죽어간 느릅나무와 그 생명들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춤이 바로 느릅나무 춤입니다.

1. 둥글게 선 후 손을 잡고 4박자로 좌우로 흔들린다.
2. 오른쪽으로 오른 발부터 4박자 천천히 걷는다.
3. 제자리에 서서 다시 4박자 좌우로 흔들린다.
4. 다시 왼쪽으로 천천히 4박자를 걷는다.
5. 4박자를 천천히 나무를 생각하면서 좌우로 흔들린 후 팔을 앞으로 향하고 위로 천천히 올리면서 4박자 앞으로 걷는다.
6. 그리고 다시 4박자 천천히 흔들리며 팔을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와 같이 양옆으로 천천히 흔든다.
7. 4박자를 천천히 뒤로 걸으며 팔을 내린 후 손을 잡고 다시 4박자 흔들린다.
8. 1번 더 반복한다.


느릅나무 댄스는 무척 간단합니다. 모두가 함께 되어 생명을 기원하고자 함입니다. 청계천 모전교에 모인 이들은 모두 함께 원이 되어 느릅나무 춤을 함께 하였습니다.

홍대 두리반의 음악인이 모이다

그리고 홍대 두리반에서 활동하고 있는 음악인들이 모였습니다.



하헌진, 쏭, 그리고 멍구 밴드. 이들의 음악은 작은용산 두리반에서 함께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카페에서만 듣다가 이렇게 겨울날 길거리에서 들으니 참 묘하더군요. 다음에 꼭 두리반을 가야겠는데. 작년부터 매번 간다 간다 해놓고 주말에 퍼져 자다가 못 갔습니다.

멍구 밴드의 베이시스트. 일본 분이었는데 한국어 참 잘하셨습니다. 하지만 죄송합니다. 제가 성함이 기억나지 않습니다. 그의 말을 이야기하자면 간단합니다. “현재 핵 발전소를 지키고 있는 이들은 그저 노동자일 뿐. 이 사고를 만든 이들에게 책임을 묻고 감옥에 보내야 한다” 저 역시 공감합니다. 후쿠시마 제1 핵 발전소 사고는 천재에 의한 피해라고 볼 수 없습니다. 인간이 만든 인재라는 성격이 강합니다. 그에 대한 이야기는 좀 더 상황을 보고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김스캇님이 베이시스트의 이름은 "모글리"라고 가르쳐 주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