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용 교통카드, 시민에겐 불편 주고 보증금 떼어먹나?
2009년부터 실시된 지하철 1회용 승차권 제도가 시행된 지 약 1년 4개월이 지났습니다. 지하철 1회용 승차권 제도는 보증금 500원을 내고 타야 하며, 하차 후 별도의 정산기를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시민의 불편이 따를 것이라는 것을 경고한 바가 있습니다.
지하철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모두 바쁜 시간을 쪼개면서 타게 됩니다. 구입하는 과정도 시간이 걸리는데 반납할 때 역시 시간을 써야 합니다. 지하철 운영사의 편의를 위해 이용객의 시간을 뺏을 뿐 아니라 500원의 보증금까지 내라고 한 것입니다.
2009/04/21 - 지하철 승차권 사려면 500원 보증금 내라고요?
그리고 당시 글을 쓸 때 제가 알아채지 못 했던 큰 문제를 야기했습니다. 기존에 지하철 운영사가 부담하던 것을 그대로 전액 시민들에게 떠넘긴 것입니다. 아니 그것은 알고 있었습니다. 다른 문제가 있던 것입니다.
보증금은 떼어먹는다?
시행으로부터 1년 넘게 지난 이 제도. 제가 예상했던 것처럼 많은 이들이 이 보증금 제도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 하고 있습니다.
© MBC (www.imbnews.com)
한 달에만 무려 30만장이 반환되지 않고 있는데 문제는 한 장에 5백 원씩 시민들이 돌려받을 수 있는 보증금, 총 26억 원이 잠자고 있다는 겁니다.
(중략)
◀SYN▶ 황금빛/서울 영등포동 "빨리 가야 될 때는 과정이 좀 귀찮기도 하고 빨리 가야 되니까....."
◀SYN▶ 이용운/경기도 평택시 "나도 나이가 있는데 쓸 줄 몰라서 주는 사람도 있어요. 이거 쓸 줄 알면 쓰라고."(중략)
그러나, 서울 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 등은 돌아오지 않은 플라스틱 교통카드를 새로 만들어야 하는 만큼, 비용은 쌓여있는 보증금 26억에서 충당하겠다는 계획입니다. MBC뉴스 이해인입니다.
(이해인 기자 lowtone@imbc.com)
제가 이전 글에서 경고했던 것처럼 바쁜 시간에 쫓기거나, 이 제도 자체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 보증금을 제대로 찾기 어렵다는 것을 지적하였습니다.
게다가 분명 보증금으로 지정되어 있는 26억에서 신규 발급할 카드 비용을 충당한다고 합니다. 보증금은 어디까지나 카드를 구입한 사람들의 돈을 맡고 있는 것인데 그걸 사용한다니, 보증금을 떼어먹겠다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어디에도 없는 보증금 환급 방법
지하철을 타보면 알 수 있습니다만, 보증금 환급기에는 자세한 보증금 환급 방법이 없습니다. 간단한 설명이 밑에 있을 뿐입니다. 발급기와 교통카드 충전기에 달린 커다란 모니터와는 대조적입니다. 또한 무인화를 핑계로 이것을 안내해 줄 수 있는 사람조차 한 명도 없습니다. 새로운 문물에 쉽게 적응할 수 있는 젊은 사람이라면 모르겠습니다만, 연세가 있는 분들은 이 기계를 사용하기 어렵습니다.
보증금을 찾아가지 않으면 지하철을 운영하는 서울 메트로와 도시철도 공사도 200원의 손해를 본다고 합니다만, 왜 이렇게 불편한 보증금을 도입하고, 보증금에 대한 안내를 하지 않는 것일까요?
지하철이란 것은 탈 때 내는 요금도 있지만 많은 운영 자금이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됩니다. 이와 같이 세금으로 운영되는 시스템이 운영사의 편의를 위해 보증금을 받고, 그 보증금으로 다른 것을 구입하려 든다니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습니다.
어디까지나 시민의 편의를 위해 있어야 하는 지하철. 하지만 시민의 편의는 어디에도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