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이야기

정두언 의원의 특목고 폐지, 그 의도는 모교 띄우기?

Namu(南無) 2009. 10. 22. 14:03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이 교육법 개정안을 만들었습니다. 이것은 현행 고등학교 유형에서 특수 목적 고등학교, 소위 특목고로 불리는 외국어고등학교, 과학고등학교, 예술고등학교의 폐지를 목적으로 하는 것입니다.

정두언 "외고 없애고 과고는 영재고로"


ⓒMBC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이 특수목적고등학교를 아예 없애는 내용의 파격적인 외고 폐지 법안을 마련했습니다. 그대로 된다면 지금과 같은 외고는 사실상 없어지고 과학고와 예술고 가운데 우수학교는 영재고등학교로 바뀌게 됩니다.

(후략)

즉, 특목고를 모두 폐지하고 직업 전문 교육 위주로 되어 있는 특성화 고등학교로 흡수되는 것입니다. 또한 신입생 선발 방식도 입학 시험을 따로 치루는 것이 아니라 성적에 관계 없이 추첨으로 신입생을 뽑도록 하는 것이 그 골자입니다. 만, 모두 특성화 고등학교로 바뀌는 외고와 달리 과학과 예술의 영재 교육은 유지하자는 것입니다. 일부 우수학교에 대해서만 선발 시험을 치루도록 하자고 합니다.

사교육 부추기는 한나라당, 외고 폐지 외치는 정두언 의원

그런데 좀 이상합니다. 그 동안 사교육을 부추기다 못 해 조장해왔던 한나라당에서 어떻게 외고 폐지를 주장하는 정책이 나왔을까요? 다들 이상하게 생각할 것입니다. 하지만 거기에는 비밀이 하나 숨겨져 있습니다. 엘리트 고등학교로 불리던 특목고, 그 중에서 외고는 사라지지만, 그것을 대신하는 자율형 사립 고등학교와 영재 학교가 운영됩니다. 교육감이 교육과학기술부 장관과 협의하여 고등학교 중 자사고를 만들고 영재학교를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자, 그런데 왜 정두언 의원이 이런 정책을 내세웠는지 알겠습니까? 이것은 특목고를 없애서 사교육을 정리하자는 것이 아니라 남발(?)되고 있는 외고를 정리하여 그 지위를 격하시키고 자사고를 통해 소수 학교를 엘리트 학교로 다시 키우기 위한 것이 목표인 것입니다. 2010~2011 학년도 자사고 지정 학교는 기존 “명문 고등학교"라 불리는 사립 고등학교입니다.


정두언의원 홈페이지 프로필

또한 정두언 의원 역시 “소위" 명문 고등학교인 경기고등학교 출신입니다. 지금도 유명 학군의 유명 학교들이 자사고가 되고 있고 경기고등학교 역시 자사고로 전환할 것이라는 소문이 휑휑합니다.

즉, 특목고를 없애 신흥 엘리트 학교인 외고의 성장을 막고, 구 엘리트 학교의 부흥을 통해 자신의 모교도 띄워주는 1석 2조의 효과를 보이는 것입니다. 참으로 재미있는 이야기인 것이죠.

이러고도 정두언 의원이 사교육을 잡겠다는 건가?

이렇게 말도 안되는 결과가 눈에 보이는 법안을 내놓으면서 정두언 의원은 사교육비 논란을 잠재우겠다고 합니다.

2009/10/21 - 교과위원, 외고 폐지 압도적 찬성, 그리고 제 이야기

제가 이미 이야기했지만 저는 외고를 다녔습니다. 하지만 외고 폐지에 찬성합니다. 하지만 정두언 의원이 말하는 것처럼 엘리트 학교가 될 자사고를 유지하면서 폐지하는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닙니다. 정두언 의원은 제가 생각하는 것처럼 고등학교 진학부터 엘리트를 나누는 방식을 폐지하는 게 아니라, 좀 더 소수의 엘리트 학교를 남기고, 구시대의 엘리트 학교를 다시 띄우자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입니다.

정두원 의원님. 솔직히 말씀하시지요. 외고가 뜨는 거 꼴 보기 싫다고. 모교인 경기고를 띄우고 싶다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