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위원, 외고 폐지 압도적 찬성, 그리고 제 이야기
특수목적 고등학교, 특히 그 중에서 외국어 고등학교에 대해서 찬반양론이 분분합니다.
(서울=연합뉴스) 김재현 기자 = 외국어고를 없애 사교육 문제를 해소하자는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의 외고폐지 법안에 대해 국회 상임위인 교육과학기술위원회의 압도적 다수가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후략)
기사에 따르면 국회 교과위원 21명 중에서 찬반 입장을 밝힌 19명 중 16명이 외고 폐지에 찬성했다고 합니다. 3명의 한나라당 위원은 잠수 탔다고 하네요. 폐지 반대를 외친 사람은 한나라당 박영아, 서상기, 이군현 국회의원 뿐이라고 합니다. 이 중에 왜 반대 의견을 냈는지 왜 3명이 잠수 타서 연락이 안되었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여기에 교육과학기술부는 외고 제도에 대한 연구 용역을 맡겼다고 합니다.
대안에 대한 분분한 의견
문제는 16명 중에서 폐지시 대안에 대해 의견이 분분합니다.
민주당 이종걸, 안민석, 김영진, 김진표, 김춘진, 최재성 국회의원, 자유선진당 이상민 국회의원, 민주노동당 권영길 국회의원은 일반 고등학교 전환을 외치고 있지만 한나라당에서는 일반 고등학교, 자립형 사립고등학교, 국제고등학교 등으로 의견이 나뉘고 있습니다.
그러나, 자립형 사립학교, 국제 고등학교는 오히려 외고의 현재 문제점을 그대로 인정하고 그 문제점을 이어나가는 것이지 대안이 될 수 없습니다. 왜냐면 자립형 사립학교는 외고의 ‘진학'의 목표를 극대화한 것이고 국제 고등학교는 ‘유학'의 목표를 극대화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외고의 다른 형태의 전환은 현재 문제점을 그대로 안고 가는 것에 불과한 것입니다.
저는 바로 당사자입니다
저는 여기에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제3자가 아닌 바로 당사자입니다. 저는 어린 마음에 순진하게 외국어를 열심히 공부하고 싶어서 외고에 입학했습니다. 하지만 입학해보니 학교는 그 당시에도 진학을 위한 고등학교였고 파행적으로 진행되는 수업에 슬펐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공부를 하려고 하면 외국어를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는 것입니다. 네이티브 선생님이 여럿 있고 외국어 수업 시간도 많고. 일반 고등학교에 비해서 '외고'라는 환경은 있었던 거 같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그 '진학'을 위한 학교가 더 심해지고 이제는 '유학'을 위한 학교가 되어 부자들의 학교가 되었다고 하더군요. 제가 다닐 때 월에 약 50만원, 1년에 400만원 정도 들었는데 지금은 학비만 1천만 원에 부대 비용 등 해서 2천만 원 정도라고 하더군요. 제가 다닐 때도 싼 편이 아니었는데. 그나마 회사 복지로 2/3 정도로 지원이 나와 저는 다녔던 기억이 납니다.
전 사실 학교 내에서도 특이한 존재였습니다. 외고 가서는 외국어 공부나 하고 있고 나머지 공부는 외면하는, 한마디로 문제 학생이었습니다. 그나마 제가 다닐 때는 외국어 계열 진학할 때 내신 가산, 정확히 말하면 학교 내 내신 등급이 아닌 수학능력시험 등급으로 갈음할 수 있어서 원하는 대학에 갔었습니다. 이 제도는 이후 폐지되었다고 하더군요.
한탄스런 현실
이 현실이 한탄스럽습니다. 지금과 같이 진학, 그리고 유학을 위한 학교라면 폐지 되어야 마땅합니다. 만에 하나 유지를 원한다면 정말 외국어를 공부하고 싶은 학생들을 위한 학교가 되야 합니다. 하지만 한국 현실상 가능하겠습니까? 어디 외국물 먹어보지 못 한 사람은 외국어 한다고 인정도 하지 않는 세상이거늘. 저보고 다들 그럽디다. '외국물 좀 마이 드셨나봐요?. 그런데 아닙니다. 저는 외국물 먹어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아니라고 이야기해도 믿지 않습니다. 사회의 선입관 무섭습니다.
정말 외고가 외국어 공부의 장이 될 수 있는 전문가를 키울 수 있는 장이 된다면 그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제 그러한가요? 외국어를 잘 하는 전문가를 키우기보다는, 토익과 토플, JPT와 JLPT 등 각기 모두에게 외국어를 잘 하기를 강요합니다. 그런데 모두가 잘 하나? 그렇지 않습니다. 제대로 된 번역가, 통역가가 먹고 살만한 환경이 못 됩니다.
저는 그렇기에 외고가 폐지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사회가 바뀌어 외국어 전문가가 먹고 살만하고 잘 살 수 있는 그 시대가 오면 그때 다시 되살아나기 바랍니다. 진학과 유학을 위한 학교가 아닌 외국어와 어학의 전문가를 육상할 수 있는 그런 외고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