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이야기/노동과 임금

자결 시도한 쌍용자동차 조합원의 유서

Namu(南無) 2009. 8. 25. 01:47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지는군요. 공장점거 파업 도중에도 살인마 같은 경찰의 폭력은 끊임 없이 이어졌지만 파업 종료 후에도 그들의 악랄한 행동은 끝없이 이어졌습니다.

강압공조수사로 쌍차조합원 자결시도 via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그리고 결국 큰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경기지방경찰청의 경찰이 조합원에게 복직을 빌미로 회유와 협박을 가해 허위 자백을 받아내고 그에 고통 받은 쌍용자동차 조합원이 자결을 시도한 것입니다.

자살로 몰아간 일개 경찰관의 폭거

그의 유서는 분노와 슬픔이 가득합니다. 자결을 시도한 조합원은 76일에 걸친 농성 기간 동안 정리해고와 살인마 같은 경찰의 진압에 건강이 악화되어 8월 5일 치료를 받기 위해 농성장을 나왔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그러한 상황을 돕기는 커녕 허위 자백을 강요하였고 결국 그를 자결로 몰아넣은 것입니다.

아무런 권한도 없는 일개 경찰관이 복직을 시켜주겠다고 회유하고 협박하여 거짓진술을 강요하였다니. 이것이 살인이 아니고 무엇입니까?

슬픔과 분노가 가득한 조합원의 유서

자결을 시도한 조합원의 유서에는 슬픔과 분노가 가득합니다. 경찰의 회유와 협박에 넘어가 거짓 진술을 한 분노. 그리고 동료를 팔았다는 슬픔. 그의 유서에는 구구절절 그의 마음이 담겨있습니다.

내 생각을 적어봅니다. 머리가 멍하고 심장이 두근거려 아무것도 할 수가 없읍니다. 선풍기 덜덜대는 소리도 헬기 소리 같이 들리고 에어컨 소리도 헬기소리처럼 들립니다. 밥맞도 모르고 잠도 새벽에 2, 3번 정도 깨고 무얼 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XXX 형사는 수시로 전화해서 XXX형한테 말해봤냐, 우리 3명이 만나 얘기를 할까, X달린 남자끼리 얘기 한번 하자. 동료를 팔아먹는 놈이 형사랑 3명이 술을 마실 수 있겠읍니까. 죽고 싶은 심정입니다. 죽을려고 합니다. 그것만이 동지들에게 보답하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지금도 XXX 형사한테 전화가 옵니다. 심장이 또 뛰기 시작합니다.

XXX와 마지막 통화를 했다. 사랑한다는 말을 했다. XXX이 XXX이도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통화를 했다. 이젠 더 이상 조사 받으러 안 가도 되는구나. 내 담당형사가 XXX만 아니엇더라도 이럿게 하진 않았을텐데

사랑하는 동지들게

내가 동지를 팔아먹은 나쁜 놈입니다. 죄송하고 미안합니다. 내 담당 형사는 경기경찰청 C형사('C 형사'는 원문이 아니라 노조 측의 표시)는 죽일 놈이다. 나 역시 죽일 놈이다. XXX 형사를 믿은 내가 바보였다. 살려준다는 말에 복직 시켜준다는 말에, 너만큼은 내가 빼줄수 있다, 너희가 무슨 잘못이 있냐, 위에서 시킨 놈이 잘못이지, 그러니 말을 하면 빼주겠다, 증인을 스면 너 이름은 안 나온다, 가정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에 내가 동료를 팔아먹은 죽일 놈입니다.

XXXXXXX을 팔아먹었습니다. 보지도 않은 것을 보았다고 진술을 한 것입니다. 대포 쏘는 걸 보지도 않은 내가 보았다는 거짓 진술을 한 것입니다. 내 작은 생각이 이럿게 큰 불화를 이르킬 줄은 시간이 지나 알게 되었습니다. XXXXXXX야, 정말 이만하다. 내 진술서에 3명의 진술은 거짓진술입니다.

XXX 형사는 건너집기 수사로 또 불어라, 넌 지금 30%밖에 안 불었다 그러면서 너가 더 말을 하지 않으면 이제 와서는 너를 도와줄 수 없다, 이런 개새끼가 어디 있읍니까. 나 역시 죽일 놈인데 X 형사도 죽일 놈입니다.

조사실에서는 가만 있다 화장실이나 담배 필 때마다 더 불어라, 그래야 도와준다, 너 살아야 되지 않냐, 시원하게 불어라. 오후 3시에 들어가서 나올 때는 담배 20 가치를 다 피웠으니 20번 정도는 회유 협박을 하는 놈입니다.

또 이번에는 나보고 XXX형을 설득키셔 불게 하라, XXX도 살아야 되지 않냐, XXX이가 대포를 만들었다 말해도 구속은 않시킨다, 만들라고 시킨 놈들 잡으려고 한다, XXX형을 설득시켜라, 술 한잔 하며 이야기를 해바라. 대포 쏘는 거, 만드는 거를 보지도 못한 나보고 XXX이 형을 설득시키라는 XXX 형사는 아주 쓰레기 같은 놈입니다.

내가 동지들한테 할 수 있는 길이 이길 뿐이라 생각합니다.

죄송합니다.
사랑합니다.

09년 8월 20일 오후 3시
XXX

이것은 일개 경찰관이 한 짓이라 볼 수 없습니다. 경기지방경찰청, 아니 경찰 모두가 한 통속이 되어 만행을 저지른 것입니다.

그들은 공권력이 아니다. 그저 국가 폭력일 뿐이다

그러나, 그들은 이렇게 말할 겁니다. 이것은 그 경찰관이 독자적으로 판단한 것이라며 도마뱀 꼬리 자르듯 그에게 책임을 떠넘길 겁니다. 경찰은 이에 대해 반론을 내세웠습니다. 경찰이 복직을 내세울 수 없다며, 허위 자백을 요구했을리가 없다고 거짓말 합니다. 그리고는 또 멋대로 불법을 자행할 것이 뻔합니다. 경찰이 도대체 무얼 하는 이들입니까? 노동자를 협박하고 사측의 입장에서 그들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게 그들의 일입니까? 그런 경찰이라면 전 사양할 겁니다. 그런 건 공권력이 아닙니다. 그것은 그저 국가 폭력일 뿐입니다.

그러한 국가 폭력에 어떻게 맞서야 할지 저도 난감합니다. 그저 꽃병과 파이를 들고 맞서야 하는 게 답인 것인지. 여기에서 무얼 해야 할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한가지만은 확실합니다. 이런 국가 폭력을 절대 잊지 말고 그들에게 분노와 슬픔을 담아 복수하는 것. 그뿐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