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이야기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국장, 그곳에 화해는 없었다

Namu(南無) 2009. 8. 24. 13:11

8월 23일 오후 2시 국회 앞 잔디 광장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있었습니다. 저는 초대 받은 사람이 아닌지라, 그 영결식 조차 제대로 볼 수 없었습니다만 뉴스를 보니 그 짧은 영결식을 참지 못 하고 자리를 뜬 한나라당 의원이 있었다고 합니다.

영결식 끝나기 전 자리뜬 한나라당 의원들 via 제주의소리

영구행렬을 따르지 않는 한나라당 의원들

좋습니다. 더울 수 있습니다. 힘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고인이 떠나는 길에 예의조차 없는 인간들은 인간도 아닙니다. 최소한 아무리 자리가 불편해도 지켜야 할 예의범절은 있어야 하는 겁니다. 그리고 그들이 정치인이라면 더 필요한 행동일 겁니다. 그것이 마음에서 우러나지 않는 정치 쇼더라도 말입니다.

그리고 국회에서 운구행렬은 출발했습니다. 그런데 버스를 살펴보던 저는 놀랐습니다. 단 한 명도 한나라당 의원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는 제가 못 본 것이라 생각하고 운구행렬을 따라 국립현충원까지 따라갔습니다. 내심 그들이 최소한의 예의가 있고 고인에 대한 추모의 마음이 있다면 현충원에 한 명 정도는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꽉 막힌 국장, 추모객은 다가갈 수조차 없었다

운구행렬을 쭉 따라가면서도 추모를 할 수 없도록 시민들을 막아서는 경찰들에 짜증을 내며 긴 길을 따라 현충원 행사장에 도착했는데 여기는 ‘육군'들이 막아서고 있더군요. 군인들과 헌병들. 그리고 사복을 입고 있는 경호원들. 행사장을 구경하기는 커녕 근처로 다가갈 수도 없었습니다.

여기저기에 쳐있는 주황색 줄. 헌병이 쳐놓은 통제선입니다. 저 통제선을 따르면 현장 근처로 갈 수조차 없습니다. 추모객들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떠나는 마지막 모습을 보고 싶어서 이 곳에 온 것이지 군인들을 보러 온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인지 많은 추모객들은 현장을 뒤로 하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저는 이 행렬을 볼 때 벌써 영결식이 끝났나 하고 행사장으로 향했지만 이유는 앞서 말씀 드린 것처럼 제대로 볼 수조차 없었기 때문입니다. 고인을 추모하는 추모객들이 함께 할 수 없는 국장. 그것이 국장인가 싶습니다.

최대한 다가가 보다

그렇다고 멀리서 가만 앉아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최대한 하관식을 하는 곳까지 다가가 보았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국장을 알리는 표식은 있었지만 전혀 다가갈 수 없습니다. 나무 사이로 군인들 사이로 겨우 쳐다볼 수 있을 뿐입니다.

빙빙 돌아서 운구 행렬과 함께 한 이들이 있는 단상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렇게 먼 거리. 절대 다가갈 수 없게 쳐진 주황색 선. 그리고 군인들


추모객들은 함께 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행사에 참석한 반가운 얼굴들

모든 행사가 끝나고 버스를 타고 돌아가는 인사들. 그 속에서 낯 익은 분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민주당 천정배 의원님.

민주당 추미애 의원님. 그리고 악수를 나누시는  함세웅 신부님과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님.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님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와 민주당 정세균 대표.

이해찬 전 총리와도 다정한 악수를 나누는 권영길 의원님.

시민들과 악수를 나누는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

안희정 최고위원은 주차장으로 향하는 길에서도 인사를 하는 시민들과 다정하게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한 명도 참석하지 않은 한나라당과 정부 관계자

앞서 나가는 검은 색 차에 한나라당 또는 정부관계자가 있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한 명도 못 봤습니다.

이명박 대통령, "화합과 통합은 시대정신"

오늘 이명박은 이런 헛소리를 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정말 화합과 통합을 바란다면 정치 쇼로라도 영결식에 예우를 다했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들이 정말 그런 모습을 보이기라도 했습니까? 짧은 영결식장에서도 덥다고 자리를 피하고, 현충원에 찾아오지도 않고서 말입니다.

안희정 "화합·통합 말하는 李정부, 가증스러워"

오늘 민주당 안희정 최고위원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화해와 통합을 얘기하는 것은 가증스런 일"이라고 말입니다. 저 역시 동감입니다. 전직 대통령을 자살로 몰아놓은 살인자가, 그리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비하하던 한나라당, 그리고 정부가 화합을 이야기한다니요. 살인자가 한 손에 칼을 들고 화해하자는 것입니까?

가증스럽습니다. 쇼라도 좋습니다. 저는 그들이 최소한의 양심과 예절이 있다면 그런 모습을 보이길 바랬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화합과 통합을 할 생각이 없습니다. 그들이 말하는 화합과 통합은 자신의 발 밑에 고개를 조아리고 추종하라는 뜻일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