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이야기/촛불항쟁

되찾은 세종로, 되찾은 시청광장. 그러나…

Namu(南無) 2009. 5. 3. 05:29

촛불 1주년을 맞이하여 시민들은 청계광장에서 원점부터 시작하고자 했습니다. 청계광장에서 처음 시작한 집회가 다시 청계광장으로 돌아가려고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겁니다.

2009/05/03 - 촛불 1주년. 합법적인 집회마저 훼방 놓는 경찰

그러나, 청계광장에 도착하니 참으로 가관이었습니다.

완벽하게 봉쇄된 청계광장

하지만 7시경 도착한 청계광장은 완벽하게 봉쇄되어 있었습니다.


하이 서울 페스티벌을 진행하는 자원 봉사자와 경찰 이외에는 절대 들어갈 수 없었습니다. 시민의 광장을 멋대로 장악하는 경찰. 도대체 무얼 말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세종로로 나가다

청계광장을 비켜 세종로로 나가니 퍼레이드가 준비되고 있었습니다.


한쪽에는 경찰 한쪽에는 퍼레이드 행렬. 참으로 어색한 모습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 사진을 찍고 있는데 옆에 있던 중대장이 외치더군요. “야 저 놈 찍어 채증! 사진 찍고 있는 놈 말이야!” 그래서 웃으면서 브이 싸인을 그려 주었습니다. 잘 찍혔나 모르겠네요.


시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세종로로 나왔습니다. 자유롭게 열린 공간. 누가 그곳에서 무얼 하던 그것은 자신의 자유니까요. 하지만 그런 거 신경도 안 쓰는 경찰이 그걸 가만히 놔둘 리 없습니다. 경찰은 시민들을 압박하며 밖으로 밀어냈습니다.


시민들이 무슨 힘이 있겠습니까? 그저 밀려날 뿐이죠. 폭력적인 경찰 권력에게 무력할 뿐입니다.

시청광장으로 난입

그러나 경찰의 경비 작전은 참으로 웃겼습니다. 돌아갈 길을 내주지 않고 시청광장으로 몰아낸 것입니다. 시청광장에서는 하이 서울 페스티벌의 무대 행사가 펼쳐지고 있는 상황. 결국 시민들은 그 현장에 난입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참 어색하면서 웃기는 장면이었습니다. 경찰 폭력에 쫓겨난 시민들이 관제 행사를 점거하고 있는 장면. 세상에 이런 일이 다 있습니다.

결국 흥분한 시민들은 무대마저 점령했습니다.

무대 위에 올라 자신의 주장을 외치는 시민들. 이 모습을 보며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왜 이들은 이렇게까지 처절하게 자신의 주장을 외쳐야만 하는가. 그리고 무엇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나는가.

잠시 후 행사 관계자들이 외치더군요. “자원봉사자들은 텐트로 숨어요!” 경찰 진입을 예고하는 발언이었습니다. 기분이 찹찹했습니다. 페스티벌을 열심히 준비했을 터인데, 시민들에게 훼방을 당한 셈일 테니까요. 경찰 권력에 쫓겨난 시민들. 그리고 그들에게 훼방 당한 페스티벌.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오늘도 폭력 진압, 강제 연행

잠시 뒤 경찰들이 떼거지로 달려왔습니다.

그리고는 무차별적으로 시민들을 밀어내고 연행하기 시작했습니다.

폭력 연행. 그리고 들이대는 카메라. 정작 저는 그 속에 끼어들지 못 하고 이렇게 카메라 사진 밖에 없습니다.

시민들을 질질 끌고 가는 경찰들. 휴…

페스티벌은 엉망이 되고

결국 하이 서울 페스티벌은 엉망이 되었습니다. 누구 잘못이냐 따지는 건 참 재미 없는 일인 것 같습니다. 이미 블로그에서 시청광장 난입 등으로 시민들을 비판하는 글이 있었습니다만, 앞서 제가 이야기했지만 이것은 경찰의 강압적인 진압 작전이 우선되었기 때문에 생긴 일입니다. 그렇다고 집회에 나선 시민들에게 잘못이 없다고 할 수 없습니다. 시민 대오로 인해 페스티벌이 중단되었고 기물 파손이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저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슬플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