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취해 길 한복판에서 잠든 운전자
오늘은 일요일. 이른 아침 화창한 날씨를 보고 사무실로 나가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집을 나섰습니다. 우울한 이야기이죠. 금요일에 몸이 안좋아 좀 쉬어서 주말에 나가 작업 좀 하려고 나섰습니다.
아침부터 참 황당한 걸 보는군요. 이게 무엇인지 아십니까? 허가 받지 않고 운영되는 사행성 게임장입니다. 전에는 삼계탕 집이 있던 곳인데 망하고 이런 곳이 자리를 잡았군요. 이런 종류 게임장은 도박장이니 절대 가까이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혀를 끌끌 차면서 버스 정류장을 향하는데 길 한복판에 서있는 차를 발견했습니다.
1차선 좌회전 신호를 받는 자리에 검은색 SM5가 서있었습니다. 주변에 경찰관과 소방관이 서있었고요.
주변에는 경찰 차량 2대와 구급 차량 1대가 서있었습니다. 경찰관과 소방관은 차를 두드리며 ‘일어나세요!’ ‘문 열어요!’를 외치고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차 안에 있던 운전자는 잠 들어 있던 것입니다. 때는 오전 9시. 졸려서 잠든 건 아니고, 이 경우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밤새 술을 먹고 아침에 차를 몰고 돌아오다가 잠들어 버린 것입니다. 그것도 신호 대기 중에. 저는 제 생각이 맞나 확인하고자 끝까지 현장을 지키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잠시 뒤 119 구조대 차량이 도착했습니다. 그리고는 여러 명의 소방관이 내리더군요.
그리고 차량을 둘러 싸고 마지막으로 운전자를 깨우더니 연장을 챙겨 왔습니다. 그리고 바로 창문을 열더군요.
숙달된 솜씨를 보여주며 단 1분도 안 되는 시간에 창문을 열어 운전자를 깨웠습니다.
문을 여는 것이 소방관의 일이었다면 끌어내는 것은 경찰관의 일. 경찰이 문을 열고 운전자를 끌어내립니다. 마침 신호를 받고 나오는 차량들도 신기한 듯 속도를 줄이고 천천히 지나갑니다. 신기하겠죠. 왜 경찰관과 소방관이 주변을 감싸고 있는지. 차를 멈추고 사진을 찍고 있던 제게 다가와서 물어보시는 분도 계셨습니다.
심지어 옆에 차를 세우고 폰카로 찍고 계신 분도…
SM5에 타고 있던 운전자는 순순히 내려와 심문에 응하였습니다. 심문을 끝까지 보고 나오진 않았지만, 운전자는 경찰관이 “얼마나 술을 마셨길래 차 몰다 졸아??”하는 말에 수긍하는 장면까지는 확인했습니다. 저도 밤새 놀다 집으로 돌아오는 대중교통 안에서 자버린 경우는 많았지만 이렇게 차를 몰고 오다 잠든 경우는 처음 봅니다.
참으로 황당한 운전자입니다. 피곤할 때 차 몰지 마시고 한숨 자고 몰고 가시기 바랍니다. 토요일 밤이 즐겁지만 일요일 아침에 이게 무슨 봉변이랍니까?
관할 경찰서인 종암경찰서(02-929-0112)에 확인한 결과, 교통조사반으로 인계하여 형사 처리 중이라고 합니다. 술 드시거든 운전대 잡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