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이야기/식당 방문

새 터로 옮긴 해장국집 청진옥을 찾아가다.

Namu(南無) 2009. 2. 23. 12:52

종로구 청진동. 이제는 재개발의 여파로 모두 없어진 골목길입니다. 재개발, 재개발. 과거의 건물을 모두 부숴버리는 게 재개발의 모든 것은 아닐 텐데. 그 중 제가 가끔 찾는 해장국 집이 있습니다. 바로 청진옥입니다.

청진옥은 해장국 집으로 내장과 선지 등을 넣어 끓인 해장국과 수육, 내포 등을 파는 오래된 가게입니다. 하지만, 청진동 재개발로 오랜 시간 영업하던 자리를 내주고 다른 곳으로 이전하였습니다. 그런데, 포탈 등에서 검색해 보면, 아직 옛날 위치를 검색 결과로 제공하고 있어, 그 정보만 보고 찾아가시는 분들은 황당할 겁니다. 황폐해진 골목이 반겨줄 테니까요.


청진옥 검색 결과

하루 빨리 검색 결과가 바뀌었으면 좋겠군요. 실제 위치는 이곳이 아니라 바로 이곳입니다.

다음 로드뷰에서 찾아본 르메이에르입니다. 이 건물 1층 뒤편에 청진옥의 새 가게가 위치하고 있습니다. 르메이에르 건물 1층을 피맛골이라 간판을 붙여 놨습니다만, 그 간판과 청진옥은 위치가 정반대입니다. 그냥 르메이에르 건물 뒤편의 주차장 입구로 가시는 게 더 빠를 거 같습니다.

고풍스러운 느낌으로 만들었지만, 과거의 청진옥의 모습과는 완연히 다릅니다.

이미지를 검색하니 이런 저질스런 사진만 걸리더군요. 이전에도 자주 찾아갔지만 사진기를 자주 가지고 다니지 않아 정작 찍은 사진이 없었습니다. 심지어 사진기를 놓고 가서 다음날 찾으러 간 적도 있었는데도 말이죠. 청진옥은 이름만 알고 있는 정도였습니다만, 이 가게를 자주 찾게 된 이유는 다름 아니라, 촛불 때문이었습니다. 길거리에서 밤을 새고 출출한 배를 채우려 했을 때 24시간 햄버거를 우적우적 먹기는 간에 기별도 가지 않을 거 같았기 때문입니다. 빅맥을 시켜도 코딱지(?) 만한 햄버거가 고작 나오니.

과거의 건물과는 무척 다르죠? 1937년에 개업하여 지금까지 이어오는 해장국의 원조라 할 수 있는 집입니다.

가게 내부도 구수한 냄새를 내기 위해 노력했을지언정, 더럽거나 지저분하지 않습니다. 화장실도 르메이에르의 건물 화장실이라 깨끗하더군요.

반찬은 간단합니다. 깍두기 하나. 다대기, 소금, 후추 등의 양념통이 함께 있을 뿐입니다.

전날 거하게 한 잔 했겠다 해장국으로 속을 풀고 배도 채웠습니다. 기본은 6,000원. 특은 8,000원입니다만 기본도 내장이 듬뿍 들어 배가 부르니 어지간히 공복이 아니면 특까지 드실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분위기만 보면 이전의 청진옥과는 다른 느낌입니다만, 맛은 그대로인 것 같습니다. 아니, 오히려 약간 깔끔해진 느낌입니다. 특히 국물이 더 맑아진 감. 해장국으로는 더 나은 것 같습니다. 건더기를 모두 먹고 밥을 말아 먹어도 좋고 먼저 말아 먹어도 좋고. 간은 살짝 심심한 편이니 밥을 따로 드실 분은 별도 간은 필요 없을 거 같습니다만, 밥을 말아서 드실 분은 살짝 소금을 치거나 다대기를 넣는 것도 좋겠지요. 저는 먼저 건더기를 먹고, 밥을 말 때 다대기를 조금 넣는 것을 좋아합니다. 밥을 미리 넣으면 뿌연 국물이 되니까요.

새로운 분위기로 태어난 청진옥. 이전보다 큰 길에서 가까워 더 찾기 쉬워졌습니다. 시내 길거리를 방황하고 아침에 먹는 해장국의 맛은 역시 이 맛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