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욱일기는 떠오르는 태양의 깃발이란 뜻으로 크게 두 종류로 나뉘는데, 정 중앙에 태양이 존재하는 일본육군이 사용하던 십육조욱일기와 좌측으로 치우친 십육조욱일기 두 종류로 나뉩니다. 여기에서 십육조(十六条)는 깃발에 그려진 16개의 태양광을 의미합니다. 이 태양광의 개수는 용도에 따라 달라집니다. 자, 이렇듯 일본제국의 두 축을 이루던 군대가 사용하던 것으로 충분히 일본 제국을 상징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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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잠깐, 이 욱일기가 언제부터 쓰이기 시작했는지 그 역사를 더듬어 보도록 하죠.
욱일기는 일본이 바쿠후(幕府) 시대에서 메이지유신 이후 대일본제국헌법을 중심으로 내각제로 개편하면서 일본제국육군과 일본제국해군을 창설하는데 이때 그 군대의 깃발로 쓰인 것이 욱일기입니다. 아마 잘 모르시는 분이 많겠지만 이 최초의 일본 내각 총리대신이 바로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입니다. 이와 같이 일본은 정치 제도는 현대적으로 개편하면서, 천황 제도를 더 확고히 하는 아이러니한 모습을 보입니다. 자유민주주의와 천황. 두 맞지 않는 제도는 메이지 이후 타이쇼 시대에 걸쳐 자유민주주의 운동이 벌어지는 듯 보입니다. 그러나, 이후 쇼와의 즉위와 함께 일본은 천황을 중심으로 하는 제국주의에서 군국주의로 변하게 됩니다. 이와 같이, 메이지 시대는 일본이 서양 열강을 따라 제국주의를 시작하고 조선을 침략하는 시기이고, 타이쇼는 1차 세계 대전의 발발과 일본의 경제 부흥, 그리고 쇼와는 세계 공황과 함께 군대가 정치를 지배하는 군국주의가 발돋움하고 그와 더불어 태평양 전쟁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행패를 저지르는 시기가 되죠. 그런데 더 어처구니 없는 것은 일본은 태평양 전쟁(제2차 세계 대전) 패전 이후 그 책임자라 할 수 있는 쇼와 천황이 그대로 살아남고, 더불어 욱일기는 자위대의 상징으로 그대로 살아남게 됩니다.
쇼와가 살아남고 일본에 천황 제도가 그대로 남은 것은 분통 터지는 이야기입니다만, 역사상의 난제이기 때문에 여기서 다루진 않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이것만은 확실합니다. 일본은 메이지 유신을 통해 천황의 권력을 부활시키고 내각제를 도입하며 제국주의로 빠져듭니다. 그리고 그와 함께 창설된 제국의 군대의 깃발은 제국주의를 상징하는 것입니다. 즉 욱일기는 일본 제국주의의 상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침략 전쟁의 희생양이 된 아시아의 각국과 서양이 생각하는 욱일기에 대한 감정이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욱일기는 메이지 때부터 일본 군대의 상징으로 사용되었고, 태평양 전쟁에서 새롭게 등장한 상징이 아니기 때문에 서양, 특히 미국에 있어서는 그저 일본의 군대의 깃발일 따름입니다. 그런데, 메이지 시대에 나라를 빼앗긴 한국 사람이 보기엔 이야기가 다르죠. 군대에 의해 짓밟힌 역사를 가진 우리는 욱일기에 대한 감정이 그들과는 다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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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 답을 내리기 어렵습니다. 차라리 레드 얼럿이 소비에트 연방을 칭송하고 욱일제국을 띄우는 골 때리는 게임이라면 가볍게 비웃겠는데, 레드 얼럿은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강대한 연합을 칭송하고 띄워주는 게임이니까요. 이렇다보니 누굴 비웃고 누굴 욕해야 할지 저도 헷갈립니다. 비웃음꺼리가 될 게 뻔한 욱일제국을 놓고 제국주의의 재현이라고 화내기엔 우습고. '그래 잘났다 양키 놈들아!'하면 반미 좌빨이 될 거 같으니. 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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