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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이야기/촛불항쟁

예비군 부대, 그들은 누구를 보호하는 것인가?

예비군 부대는 저번주부터 큰 활약을 하기 시작하여 어제 경우 이렇게 많은 분들이 오셨습니다. 처음 몇몇 시민들이 예비군 군복을 입고 와서 기동대로부터 시민들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주어 많은 호응을 얻은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번주부터 약간 이상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시위를 진행하는 시민들과 기동대와의 모든 충돌을 막고 심지어는 시민들의 움직임을 제한하려 들더라는거죠. 그래서 저번주부터 시민과 예비군이 언쟁을 벌이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더니 이번 72시간 국민 MT를 표방하는 6월 5일부터 7일까지의 시위에서는 저 역시 그런 현장을 마주쳐야 했습니다. 이미 기동대가 자리 잡고 연행 등의 위험은 없기 때문에 기동대 앞과 시민 사이를 지나며 사진을 찍으려 인도를 내려가려는 순간, "내려가지 마세요"하면서 제 앞을 예비군이 막더군요. "왜 가로막는 거죠?" 하고 물어보는 제게 아무런 대답 없이 그저 손으로 저를 가로 막을 뿐입니다. 확 기분이 상해서 얼굴은 찡그러졌지만, 그들도 수고하는 사람들이고 그들만의 목표가 있으리라 생각하여 별 말은 하지 않고 옆으로 돌아 인도로 내려와 기동대의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별거 아니었습니다.

발단은 한 시민이 예비군의 중의 한 분의 사진을 인터넷 게시판에 찍어올린듯 하고, 그에 대해 예비군 중 한 명이 "왜 사진을 찍어 올리냐?" 하고 언쟁을 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물론 사진을 찍어 올린 시민이 잘못한 부분도 있었습니다. 이 친구 쁘락찌 아니냐고 올린 거죠. 그렇게 된 경위는 시민들을 너무 억제하고 '보호'하려 드는 모습에 대한 반항이었습니다. 있을 수 있는 일이고 그런 의견도 다음 아고라 등에서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때 탐앤탐스에 계신 사진 기자분께서 취재를 나가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예비군 중 한 명이 그에 강력하게 반항하며, 기자 맞냐? 쁘락찌 아니냐? 하고 따지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이 분을 2주 전부터 뵈었던 분이고 각종 현장에서 카메라를 들고 계신 모습을 본 기자분이었습니다. 물론 그것을 그 예비군은 몰랐을 수도 있겠죠.

그래서 기자분께서는 그 예비군을 데리고 탐앤탐스로 와서 앉혀서 이야기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 사진 기자분 말고 함께 계시던 취재 기자분도 이야기를 함께 했습니다. 그 예비군의 주장은 이것이었습니다. 도대체 누군데 우리의 사진을 찍는가? 기자라고 하더라도 우리의 허락 없이 찍을 수 있는가? 이것이었습니다. 그에 대해 기자분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당신들은 사적 행동을 하는 게 아니라 시위 현장에서 공공의 행동을 하는 것이고, 그에 대해서 나는 취재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 내가 당신들을 스토킹한 것도 아니고, 공공의 행동을 취재하는 것인데 무슨 권리로 그것을 막고 촬영한 사진을 삭제하라고 하는가?"

무엇이 무서운 걸까요? 예비군 여러분. 예비군 여러분도 분명 시위 현장에서 시민들과 함께 하고 있고 그 모습이 알려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여러분은 경찰의 폭력 진압에서 시민을 보호하기 위해 함께 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모습은 어떠한가요? 시민들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시민들의 자유로운 집회 활동마저 가로막고, 심지어 취재 기자들의 취재 활동까지 제한하려 하고 있습니다.

예비군 부대 여러분. 저는 여러분의 멋진 활동을 보고 박수를 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시민들의 행동을 제한을 하는 모습을 보고 분노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저는 아버지 벌의 기자분에게 막말을 하는 모습을 보며 분노했습니다. 취재를 막던 예비군이 떠난 뒤 그 기자분께서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한마디 하셨습니다. "저 친구 85년생인 거 같던데, 내가 그때 제대했어." 이런, 거의 아버지와 아들 정도군요. 결국 취재를 제한하려던 친구 말고 다른 분이 오셔서 사과를 하고 가셨습니다만, 왜 본인이 와서 사과를 하지 않았는지는 의문입니다.

예비군 여러분. 누구를 보호하고 무엇을 하려고 이곳에 오셨습니까? 시민들의 자유로운 행동을 막고 기자들의 취재를 제한하기 위해서인가요? 아니면 시민들을 폭행하는 기동대를 막아서고 시민들의 시위 활동을 도와주기 위해서인가요? 왜 시민들과 함께 하고 있는가를 생각해 주시기 바랍니다.

여담입니다만, 이 모습을 보던 저와 제 일행은 "이거 민방위 부대가 완장 차고 출동해야 하는 거 아냐?"하는 농담을 하며 쓴웃음을 지었습니다. 그러자 기자분께서 더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난 민방위도 끝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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