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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이야기/식당 방문

기억에 남는 레스토랑 메종 슈슈

벌써 꽤 오래된 일인 것 같습니다. 몇년 전이지? 지금 있는 회사 오기 전이니까 2004년도 아니고 2003년이던가? 아마도 그때 여름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초여름? 초봄? 뭐 그런 건 중요하지 않고. 무언가 좋은 일 -지금 생각해보면 그리 좋은 것도 아니었지만- 로 학동에 있던 사무실 근처에서 맛있는 가게를 가보자고 나서게 되었고 그런 참에 오기가 발동했습니다. 이럴 때가 아니면 언제 이런데를 가보겠냐! 객기는 부려볼만한 가치가 있죠. 안그랬으면 지금쯤은 엄청 후회하고 있었을테니까요.

사무실 근처에 한 건물을 보수 공사하더군요. 외장을 모두 나무로 꾸미고 예쁜 정원도 만들고. 그리곤 겉에 "메종 슈슈"라는 간판이 붙었습니다. 그런 걸 보면서 "야~ 저런 곳도 세상에 있구나, 하고 그래 나도 돈을 많이 벌어서 저런 곳에 여자 친구와 함께 가서 근사하게 먹는 거야. 와인을 좋아하진 않지만 가끔 와인도 좋은 거 아냐? 머어 어린 시절의 객기인 거죠. 그런데 그런 객기를 실현해볼 기회가 생긴 겁니다. 보스를 봉으로 삼고 말이죠! 이 때가 좋은 기회입니다. 비싼 가격에 당황하는 오야의 표정을 쌩까고 먹고 싶은 거 마시고 싶은 걸 막 시켜봅니다. 보스는 술 잘 못 마시니깐 한 두 잔 먹이면 성공. 고고고!

아마 그때는 슈슈가 정식 오픈하지 않았던 때였을 겁니다. 메뉴 판도 정리가 다 되어 있지 않았고 가게에 손님도 아무도 없었죠. 만약 정식 오픈한 다음이었다면 그런 좋은 자리에 안내 받지 않았겠죠. 보니 나름 격식 있는 가게였고 손님들도 가리는 듯 했으니까요. 그에 비해 제 복장이란... 머어 지금은 나은 편이죠~ 샌들에 키 체인이 티 셔츠에, 아흐 문제는 요즘이라고 큰 차이 없다는 거. 키 체인은 여전히 달고 다니고 머 면티 보다는 와이셔츠를 좀 더 즐겨 입는 정도? 좀 야시시한 게 문제지. 동생이 입으면 무난한데 내가 입으면 호빠 댕기냐네요. 아놔.

여튼 이런 저런 메뉴를 시키는데 무슨 문제였는지도 기억 나지 않습니다. 어쨌든 음식이 문제가 있었고, 아마도 늦게 나왔던가 잘못 나왔던가 뭐 그런 종류였을 듯. 파리가 나왔다던가 그런 웃기는 문제는 아니었죠. 그리고는 아마도 메인 쉐프? 로 짐작되는 연배 있으신 분이 등장! 미안하니까 음식 하나 준덴다.

그래서 가져온 음식이 뭐였냐면 자기도 이건 정말 자랑하는 거라고 입에 맞을지 모르곘지만 한국 사람이던 일본 사람이던 좋아할 거라면서 자랑스럽게 소개하더라 이거. 아마도 정식 오픈한 다음에 허접한 차림새로 갔다면 절대 못 받을 대접이라 생각됩니다. 요즘이라고 별 차이 있겠습니까. 못 해도 그랜저. 잘 하면 비엠붸. 막 나가면 뽀루쉐. 뭐 이런 거 몰고 가야죠~

그 음식은 바로 이거였습니다.

"멘타이코 피자(명란젓 피자)"

처음엔 아 쒸 이 인간이 장난하냐 명란젓에 피자가 말이 되냐 이게 뭐냐 아놔 하는 분위기였죠. 일동 싸~ 한 분위기. 역시 네가 먹어봐라 하는 오야의 말에 제가 먼저 먹었습니다.

...아쒸...

아쒸는 맞는데 아까 그 아쒸가 아닙니다. 메뉴판을 가르키며 "요거 시켜두 되요~?~?" 바로 니혼슈였습니다. 아 씨 이런 거 먹으면서 그런 거 안 마실 수 있습니까? 진짜 머리 속에서 딩동댕 울리면서 니혼슈를 찾게 되던데요. 제 눈빛에 몰린 오야도 쏘고.

그 뒤로도 저것만을 찾아서 몇번 더 가기도 하고 내 생전 그런 비싼 레스토랑도 가보기도 했죠. 그리고 나서 그 뒤에 그 회사를 그만두고 머어 그 근처를 안가게 되고 여의도 주변에 있다 보니 홍대 근처로 자주 가게 좀 바뀌었습니다. 그러다보니 강남 물보다는 강북 물 위주로 좀 갔는데 말이죠.

음식 관련 블로그 포스팅을 보다 보니 메종 슈슈가 보였고 마침 그때 그 멘타이코 피자가 눈에 띄어서 이렇게 생각납니다. 하지만 지금은 폐점했습니다. 아니었으면 벌써 몇번이고 찾아가봤게요. 마침 제가 그 회사를 그만둘 무렵즈음 해서 폐점한 듯 싶더군요. 정말 짧은 기간? 프랑스+한국+일본, 이걸 섞으면 나오는 멋진 레스토랑이었는데요. 그때 기준으론 좀 비싼 가격이었지만 지금 머 생각해보면 그 정도는 먹어줄 수 있는 가격이고. 그런 색다른 가게가 있으면 하는데 잘 모르겠습니다. 왠지 고기, 회, 걍 아무거나 술 이런 식이라... 아저씨 스탈이 되서 그런가 보네요^^.

밤에 일하다 생각나는 명란젓 피자. 당빠 니혼슈 말고 소주에도 어울렸습니다. 딴 블로그에서 그 가게 정경 보니 와인 쪽쪽 빨면서 먹어주는 분위기였던 거 같은데 왜 난 니혼슈나 쇼츄 마시면서 뽕빨내는 음식점으로 기억나는지 모르겠습니다.